“16점차 완패”…LG, FIBA 아시아 BCL 첫판→대만 파일럿츠에 일격
아시아 정상에 도전장을 내민 창원 LG의 첫 여정은 씁쓸한 패배로 막을 열었다. 부상과 휴식으로 빠진 주전 자원, 급박하게 채워넣은 외국인 선수 조합까지,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트 위에서 묻어나는 투혼은 마지막까지 이어졌고, 16점 차의 점수는 기회와 한계가 교차한 현장의 무게를 오롯이 담아냈다.
FIBA 바스켓볼 챔피언스리그(BCL) 아시아 C조 1차전이 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펼쳐졌다. LG는 대만 타오위안 파우이안 파일럿츠에게 73대 89, 16점 차 패배를 안았다. 이 대회는 각국 프로리그를 대표하는 최강팀들이 모여 아시아 최정상의 클럽을 결정짓는 자리로, LG 역시 국내 최고의 자격으로 이 무대에 올랐다.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의 영광을 뒤로한 LG였지만, 시작부터 무거운 분위기는 가시지 않았다. 핵심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 칼 타마요, 그리고 플레이오프 MVP 허일영이 모두 부상 또는 피로 누적으로 제외된 탓이었다. 대릴 먼로와의 재계약이 무산된 이후 폴리 폴리캡, 케빈 알렌 등이 조급히 합류했으나, 단기 계약의 한계와 손발 맞춤의 공백이 경기 전개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초반 1, 2쿼터 LG는 잦은 턴오버와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 조직력이 완성된 파일럿츠의 빠른 전환공격, 유연한 팀플레이가 점차 점수 차를 벌렸고, LG는 유기상의 3점슛과 외곽 포인트로 따라붙으려 했으나 공·수 양면의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후반에는 외인과 국내 자원의 호흡이 여러 차례 빗나가면서 승부를 뒤집을 기회를 놓쳤다. 반면 파일럿츠는 높이와 속도를 앞세워 흔들림 없는 농구를 이어갔고,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16점 차 패배는 LG의 조직력 회복이 시급함을 시사했다.
경기 후 조상현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조건 탓보다는 한국 대표라는 사명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슈터 유기상은 “이런 무대 자체가 귀한 기회라 최선을 다하는 게 답”이라고 남다른 의지를 내비쳤다.
경기장에는 한국 팬들의 긴장과 응원이 뒤섞인 모습이 목격됐다. 주전 이탈 비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LG의 투혼이 자랑스럽다”는 박수와 위로가 이어졌다.
LG는 9일 C조 2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알 리야디 베이루트와 맞붙는다. 베이루트는 걸출한 가드 와엘 아릭지가 버티는 강호로 조별리그에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승부가 될 전망이다. LG가 탈락 고비를 극복하고 8강 토너먼트 진출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와 응원이 쏠리고 있다.
이번 BCL 아시아 대회는 각 조 하위 탈락 후, 8강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LG의 현재 순위는 C조 최하위로, 남은 경기들의 결과에 따라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창밖을 내다보는 팬들의 표정에는 경기의 승패를 초월해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 도전’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창원 LG의 다음 경기는 6월 9일 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셰이크 사이드 빈 막툼 스포츠 홀에서 펼쳐진다. FIBA 아시아 BCL이 기록하는 농구의 서사는 승패를 넘어, 기꺼이 한계를 마주하는 이들의 용기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