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항체·AI 기반 신경염증 치료”…삼성서울병원, 글로벌 협력 가속

박선호 기자
입력

중추신경계 염증 질환의 근본적 치료를 겨냥한 첨단 융합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주도의 국내·외 협력 연구진이 중추신경계 림프관의 면역조절 기능과 AI 기반 다중오믹스 분석, 맞춤형 항체플랫폼을 결집해, 기존 치료의 한계에 도전한다. 하버드 등 선진국 연구진도 주목하는 신경계 질환 난제 해법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업계는 해당 프로젝트를 ‘난치성 염증질환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보건복지부의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 내 공동연구 과제에 선정됐다. 연구명은 ‘항체 플랫폼과 림프 공학으로 여는 차세대 중추신경계 치료’로, 2029년 12월까지 4년 5개월간 66억2500만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안과·신경과·이비인후과 등 분과별 임상의와 신경과학자, 약학자들이 참여해 공동 연구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존 약물 접근이 어려웠던 뇌·시신경 등 중추신경계의 림프관(뇌척수액 배출, 노폐물 제거 및 면역조절 작용)의 기능성을 정밀 제어하는 데 있다. 림프관은 최근 시신경 주위 글림프(Glymphatic) 체계와 연결돼 신경 염증 완화에 미치는 영향이 입증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 림프관의 작용을 표적으로 삼아 항체 플랫폼(특정 항원만 정밀 인식하는 단백질 약물 설계) 기반 맞춤치료 전략을 세운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재발률이 낮고, 질환별 불응성(특정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음) 한계도 극복하는 기전이다.

 

산업적 파급력도 크다. 동물 모델에서 중추신경 염증질환의 병태별(다발성경화증, 시신경척수염, 모그항체질환 등) 항체효과 및 림프관 제어 임상 시뮬레이션이 동시 진행된다. 시신경 오가노이드(인공 조직) 실험과 AI 기반의 다중오믹스(유전체·단백질체 등 생체정보 동시분석)도 결합해 환자 카테고리별 맞춤 치료전략 마련까지 확장된다. 이 분야는 현재까지 기존 치료제의 불응률이 높은 난치영역으로, 실제 환자군에 대한 적용성 확보가 산업계 기대를 키운다.

 

글로벌 비교에서도 의료기관 주도의 림프공학 기반 신경질환 치료플랫폼 개발은 유례가 드물다.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권에서는 RNA 치료제, 유전자가위 기술 등 차세대 방식이 연구되지만, 림프관–항체–AI 분석 융합은 한국이 선도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규제·정책적으로도 보건복지부 지원체계를 발판 삼아, 임상시험 IND 신청 단계에서 AI 기반 분석데이터 활용, 신약·플랫폼 동시 승인 전략 구축 등 혁신적인 시도가 가능하다. 아울러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신속 승인(fast-track) 심사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국내외 시장 진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박경아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중추신경계 림프관 역할에 주목한 이번 연구는 난치성 신경계 질환의 근본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글로벌 협업과 차세대 기술 융합을 바탕으로 국내외 난치 환자 진료 및 삼성서울병원의 국제 기술 주도권 확보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림프공학·맞춤형 항체·AI 다중오믹스 3박자가 중추신경계 염증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제도·윤리 간 균형 확보가 신약 산업의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

박선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삼성서울병원#중추신경계염증질환#항체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