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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 폐섬유증 투병의 끝에서 다시 노래하다”…가족을 향한 사랑→기적의 생환 감동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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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미소로 기억되던 가수 유열이 다시금 세상에 밝은 빛을 전했다. 폐섬유증으로 긴 투병을 이어가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던 유열은, 용기와 의지로 시련을 이겨낸 뒤, 한층 성숙한 목소리로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유열이 품었던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작은 일상에 대한 감사는 수술과 병상 이후 전보다 더 깊어졌다.

 

유열은 지난 모습을 돌아보며 "처음엔 2~3주를 버틸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고 털어놨다. 두 차례 이식이 무산됐을 때 모든 것을 신에게 맡겼다는 그의 고백에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절절히 담겼고, 운명처럼 찾아온 세 번째 기회 앞에서 의료진의 진심어린 손길은 곧 기적이 됐다. 일곱 시간의 대수술 후에도 심정지와 유사한 위기를 두 차례나 겪으며, 유열은 가족을 위해 유언장을 남겨야 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유열이 전한 "진심으로 사랑하고 배려하라"는 조언은 남겨질 가족을 향한 마지막 안부이자, 자신이 세상에 남긴 따뜻한 메시지였다.

유열 / 연합뉴스
유열 / 연합뉴스

병원을 나와 비로소 맞이한 오늘의 일상은 유열에게 기적처럼 다가왔다. 그는 "목을 한 번 돌리거나 한 걸음을 내딛는 모든 것이 놀라운 기적이었다"며, 고통 속에도 희망을 찾고자 했던 환자들의 땀방울을 함께 기억했다. 누구나 평범하다고 여기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유열은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년 남짓 병원에 머물던 치열한 시간은 그의 생각과 감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유열의 건강 이상은 한 교회 유튜브 채널에서 처음 공개됐다. 야윈 얼굴과 가쁜 호흡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6년간의 병세를 고백한 모습은 대중을 뭉클하게 했다. 성대와 폐, 그리고 폐렴까지 겹친 위기 속에 그는 온몸으로 삶을 부여잡았다. 폐섬유증 진단 이후 숨이 가빠지는 와중에도 말을 잇는 모습을 보인 유열에게서, 음악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과 인간 유열로서의 진심이 동시에 전해졌다.

 

1986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로 대상을 거머쥔 유열. ‘이별이래’, ‘화려한 날은 가고’, ‘어느 날 문득’ 등 시대를 관통한 노래들, 그리고 어린 시절 청취자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선사한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 DJ까지. 유열은 항상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온기를 건넸다.

 

폐섬유증이란 폐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져 심각한 호흡 장애를 남길 수 있는 질환이다. 유열이 직접 경험한 투병의 나날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으로 읽혀지는 지금, 유열은 다시 따뜻한 세상 한가운데에 서 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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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폐섬유증#음악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