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27홈런-79타점 질주”…디아즈, 삼성 새 역사 도전→KBO 타점·홈런왕 정조준
가볍게 오가는 농담조차 경기장의 공기를 씻어나갈 만큼, 디아즈의 거침없는 방망이는 올 여름 대구의 밤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끝내기 포의 아치가 휘돌 때, 팬들의 숨죽임조차 함성과 한데 어우러졌다. 동시에 모든 기록이 새로 써질 조짐을 품었기에, 데구구장은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 된 듯 떨렸다.
18일 대구에서 펼쳐진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대결은 디아즈의 결정적인 한 방에 종지부를 찍었다. 0-3으로 끌려가던 6회, 2사 2루에서 디아즈가 시즌 26호 2점 홈런으로 기세를 되살렸다. 이후 3-3으로 이어진 연장 10회말, 디아즈는 1사 1,2루 찬스에서 두산 마무리 김택연을 상대로 결승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 하루 만에 홈런 두 개와 5타점을 더한 디아즈는 시즌 누적 27홈런, 79타점으로 단숨에 1위 자리를 단단히 굳혔다.

이로써 홈런 부문에서 디아즈는 2위 오스틴 딘(LG 트윈스·19개)과의 격차를 8개까지 벌렸다. 리그 70%에 가까운 경기 수(71경기)를 모두 소화한 그는 시즌 144경기 기준 55개 홈런까지도 멀지 않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승엽·56개) 도전은 이제 실체적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타점 역시 2위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56점)를 23점 차로 따돌리며 선두를 질주 중이다. 시즌 최다 타점(박병호·146점)마저 뛰어넘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사상 최초의 전반기 30홈런-100타점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현장의 분위기는 들끓었다. 역대 전반기 30홈런은 이승엽(37개)을 포함해 7차례 박혔지만, 전반기 100타점은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었다. 현행 전반기 97타점(홍성흔)이 최고 기록이다. 디아즈가 페이스를 이어갈 경우, 19경기가 남은 전반기 동안 34홈런-100타점 이상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원정과 홈에서의 활약 차이 역시 경기 팬들과 구단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변수 중 하나다. 실제로 홈경기 40경기에서 23홈런과 57타점을 쌓은 반면, 원정경기 31경기에서는 4홈런과 22타점에 머물렀다. 남은 전반기 19경기 가운데 12경기가 원정이라는 점은 결코 녹록지 않은 과제다. 게다가 비에 의한 경기 취소 위험과 연이은 강행군까지, 페이스 유지에는 경험과 집중이 요구된다.
경기장을 메운 팬들의 반응은 한층 뜨거웠다. 디아즈의 홈런 바람에 연일 기대가 쏠리며, 관중들은 “디아즈 덕분에 이번 시즌 순위 경쟁이 흥미롭다”, “홈런이 터질 때마다 감격과 환호가 새롭다”며 진한 응원을 전했다.
외로운 타석, 하지만 늘 따스한 응원의 물결. 기록을 향한 도전의 시간마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떨림은 한층 깊어진다. 삼성 라이온즈는 7월 10일 전반기 최종전까지 쉴 새 없이 경기에 임한다. 르윈 디아즈가 남은 원정 일정 속에서 사상 첫 ‘전반기 30홈런-100타점’ 신기록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지, 그 대답은 결코 누군가의 예단이 될 수 없다. 각자의 저녁, 각자의 꿈. 그 여운을 대구의 하늘 아래에서 KBO리그 속 디아즈의 한 방에 실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