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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성장 멈춰라”…생명硏, ATE1 효소 유방암 촉진 규명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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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변형 효소인 ATE1(Arginyltransferase 1)이 유방암에서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핵심인자임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연구진은 기능과 신호전달경로 분석을 통해, ATE1이 암세포 내 증식과 이동, 생존을 크게 높여 ‘암세포 가속 페달’ 역할을 한다고 25일 밝혔다. 업계는 차세대 암 표적 치료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핵산치료제연구센터 차현주 박사팀은 글로벌 유방암 환자 유전체 데이터(TCGA)를 분석, 정상 세포 대비 유방암 세포에서 ATE1 발현이 뚜렷이 높다는 점을 실증했다. 또한 ATE1 고발현 환자일수록 치료 예후가 불량하며, 환자 생존율과도 밀접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 원리 측면에서 ATE1은 세포 속 단백질의 아미노산 잔기를 변형하는 효소로, 기존에는 간암·전립선암 등에서 종양 억제 기능을, 흑색종에서는 종양 촉진 기능을 보인 상반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유방암에서 ATE1이 MAPK–MYC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해 암세포 성장을 유도하고, 세포자살(아폽토시스) 기능을 억제해 발암 악순환을 강화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실제 연구진은 세포주 실험과 마우스 동물 모델에서 ATE1 기능을 억제하자 유방암 세포의 증식과 전이 능력이 크게 저하되고, 종양의 크기와 무게도 유의하게 감소하는 결과를 확보했다. 특이점은 ATE1 억제가 정상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이 확인돼 기존 항암제 부작용 문제의 대안 가능성도 시사했다.

 

유방암 등 고발현 암종에서 ATE1은 환자 예후를 측정하는 바이오마커 및 신약 표적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등 글로벌 제약사도 유전체·단백질 수준의 표적 발굴에 R&D를 집중하는 추세다. 후발주자이지만, 한국 연구진이 단백질 변형효소 기반의 암치료 표적을 동정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신약 개발에는 ATE1 억제제의 안전성과 타깃 특이성, 정상 조직 영향 등에 대한 후속 전임상, 임상 검증이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식약처 등 규제 당국의 표적치료제 임상 진입 가이드라인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차현주 박사는 “ATE1은 암세포 특이적으로 작동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정밀진단과 맞춤형 치료 접근 모두에서 의미가 크다”며 “새로운 암치료제, 예후 바이오마커 개발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성과가 유방암 환자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실제로 견인할지 주목하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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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ate1#유방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