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 푸른 들판과 낙지 한 상”…영암에서 만나는 고즈넉한 휴식
가을이 시작되는 요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영암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 속에서 진짜 휴식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예전엔 먼 남도의 작은 도시로만 여겨졌던 이곳이, 이제는 마음까지 쉬어가는 ‘느린 여행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영암은 구름이 많은 하늘 아래 24.9도. 9월의 들판은 푸르고, 월출산의 수려한 경관은 바쁜 도시에선 만날 수 없는 깊은 평온을 전한다. 이날 기자가 찾은 달코미마을에서는 편백효소찜질로 몸을 풀거나 야외 풀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눈에 띄었다. “도심에선 볼 수 없는 넉넉한 들판에서 고구마도 캐보고, 흙내음 맡으며 하루를 보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한 방문객은 경험을 표현했다. 고구마 캐기, 고추 심기 등 계절별 농작물 체험도 자연스럽게 마을의 전경과 맞닿아 있어 남녀노소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전한다.

이런 변화는 관광 트렌드의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농촌 체험형 여행’의 수요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야외에서 안전하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체험은 가족과 연인, 혼행족 모두에게 인기다. 월출산 자락, 깊은 숲 속의 천황사는 자연의 소리와 함께 조용한 산사의 정취를 담는다. 사찰 주변에는 푸른 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져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방문객들은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찾는 곳”이라며, 사색의 시간에 감사를 전했다.
흥미로운 건 영암만의 미식 경험이다. 학산면 독천리에 위치한 독천낙지음식명소거리는 저마다의 조리법으로 신선한 낙지 요리를 선보인다. 한 식당 주인은 “이곳 낙지는 직접 잡아 바로 손질하다 보니 부드러움과 풍미가 남다르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산 낙지, 낙지볶음, 낙지전골 등 각양각색의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드리웠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주말마다 복잡한 여행지는 부담스러웠는데, 영암은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는 느낌”, “가족들과 도시락 싸서 다시 놀러가고 싶다”는 소감들이 SNS에 이어졌다. 자연과 음식, 그리고 잠시 머무르는 고요가 서로 다른 취향의 여행자들을 한데 모은 듯하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떠난 영암 여행은 삶이 생각보다 넉넉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고 느린 걸음으로 걸은 들판, 사색이 흐르는 산사, 여운이 진한 낙지 한 상.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다시 시작하는 리듬이 담겨 있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쉼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