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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변 강타로 대역전극”…신민준, 쉬하오훙 제압→5년 만의 결승 무대
스포츠

“하변 강타로 대역전극”…신민준, 쉬하오훙 제압→5년 만의 결승 무대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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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변에선 긴장의 숨결이 더욱 짙게 흘렀다. 신민준은 불리했던 중반 형세에도 좌하변에서 극적인 승부수를 띄우며 다시 한번 무대를 자신의 것으로 바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담대한 수읽기는 관중석에 조용한 환호를 남겼다.

 

2025년 8월 6일 열린 제3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4강에서 신민준 9단이 대만의 쉬하오훙 9단을 218수 만에 백 불계승으로 꺾고 결승 진출의 새 역사를 썼다. 2021년 첫 타이틀 획득 이후 5년 만에 다시 결승 무대에 선 신민준의 발걸음이 더욱 단단해졌다. 이날 쉬하오훙과의 대전 초중반, 앙금이 가득한 형세욕에서 밀려 있었지만 좌하변에서의 강력한 압박, 그리고 좌하귀에서의 결정적 대마 포획으로 단번에 흐름을 뒤집었다.

“하변 승부수로 대역전”…신민준, 5년 만에 LG배 결승 진출 / 연합뉴스
“하변 승부수로 대역전”…신민준, 5년 만에 LG배 결승 진출 / 연합뉴스

신민준은 경기 종료 후 “초반이 좋지 않아 어려운 바둑이었지만, 상대의 실수로 승리해 더 기쁘다”고 담담한 소감을 남겼다. 결승 상대인 이치리키 료에 대해선 “최근 세계대회 성적이 뛰어나 보다 정밀한 기보 분석이 필요하다”고 경계심을 보였다. 결승에서 맞붙게 된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 역시 “결승까지 시간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목표는 우승”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또 다른 4강에선 변상일 9단이 일본 이치리키 료에게 124수 만에 불계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날 변상일은 중앙 대마가 포획당해 흐름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고, 이치리키는 준결승에서 완승을 챙겼다. 이로써 결승 무대는 한일전으로 치러진다.

 

메이저 바둑 세계대회 결승에서 양국이 맞붙는 것은 2004년 후지쓰배 이후 21년 만으로, 세계바둑 팬들에게도 특별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기원과 일본기원 소속 기사가 결승에서 만나는 장면은 2006년 도요타 덴소배 이후 19년 만이다. 신민준과 이치리키 료는 2020년 삼성화재배 16강에서 첫 대국을 치렀고, 당시 이치리키가 승리한 바 있다.

 

결승 3번기는 2025년 1월 19일과 21일, 22일 등 총 세 차례 펼쳐질 예정이다. 우승 상금 3억원, 준우승 상금 1억원이 걸려 있으며, 각자 제한시간은 3시간, 초읽기 40초 5회로 치러진다.

 

머뭇거림 없는 패기와 집념이 한여름 바둑판 위에서 새벽까지 이어졌다. 신민준과 이치리키 료의 역대 결승 대국은 세계 바둑사에 또 한 번 깊은 흔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LG배 결승 3번기의 생생한 승부는 내년 1월 국내외 바둑 팬들과 함께하게 된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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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준#이치리키료#lg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