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트럼프 위협에 강경 맞서”…이란-이스라엘 갈등 격화→반체제 목소리 확산
황혼이 내려앉은 테헤란의 거리에는 불안이 짙게 자리잡았다. 역사의 풍진을 타고 선 이란의 민중은 다시 한 번 전운의 먹구름 아래서 흔들린다. 18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이 던진 '무조건 항복'의 외침에 흔들림 없이 맞섰다. 그의 단호한 영상 연설은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메아리쳤다. “이란 국민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그의 목소리는 테헤란 광장에도, 세계의 이목에도 파문을 남겼다.
이란의 오랜 역사와 자존심 위에 선 하메네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력에 절대 꺾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무력 충돌의 쓰라린 과거와 현재를 곱씹으며, 미국의 군사적 언어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했다. “이란을 위협하는 단어, 역사를 아는 자라면 감히 입에 담지 못하리라.” 그의 단언은 집권 40년 역사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그의 언급은 더욱 냉혹했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을 ‘시온주의자 정권’으로 규정하며, 이미 역사의 응징을 받고 있는 존재라 지칭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었는지 알고 있다”는 발언을 던지자 곧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협력, 그리고 이란의 존엄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한 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와 통화를 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곧이어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각지에 잇따랐다. 메마른 중동의 밤하늘에 비친 폭격 빛줄기는, 국제 정세가 위태로운 선 위에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강경한 지도자의 목소리와 별개로, 이란 사회 저변에서는 또 다른 울림이 번지고 있다. 반체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국제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호소하는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즉각 군사행동을 멈추고, 민간인을 살상하는 폭력을 단호히 중지해야 한다”고 외쳤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력이 무색할 만큼, 파나히는 자신의 모국에서 직접 전쟁의 공포를 체험하며 체제와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파나히는 하메네이 체제가 40년 넘게 부패와 탄압, 실정으로 국가를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더 나아가 '민주정부'의 수립이야말로 이란의 참된 미래라 강조했다. 폭력과 무관심, 권력의 무게 아래 신음하는 국민을 향한 그의 절절한 목소리는, 국제사회 속에서 이란이 처한 딜레마를 상기시킨다.
이날 이란의 밤은 긴장과 저항, 그리고 변화에 대한 갈망이 혼재된 채 깊어만 간다. 국제무대는 엇갈린 시선으로 이란을 바라보고 있고, 중동의 한복판에는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고통과 염원이 서려 있다. 이란과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의 복합적인 적대와 갈등은 앞으로도 중동의 평온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한 줄기 희망은 민중과 양심 있는 시민, 그리고 변화의 바람을 꿈꾸는 예술가들의 손 끝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