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에 스러진 생명”…김상현 이병, 3년 만에 영면 속 군 인권 과제 재조명
가혹행위로 인한 군 사망 사건이 다시 한번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육군 일반전초(GOP) 부대에서 간부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김상현 이병이, 사망 3년 만인 10월 30일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사단장(葬)으로 영면에 들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냉동실에 머물던 김 이병의 유가족은 이날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생전 고인과 함께 복무했던 동기들이 참여해, “작은 한 그릇의 라면 속에 담긴 너의 마음이 나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큰 선물이었다”고 추모했다. 동기들은 “더 많이 들어주고, 더 많이 안아줬더라면 하는 미안함이 내 마음을 계속 짓누른다. 이제는 모든 고통을 내려놓고 편히 쉬었으면 한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조우제 12사단장은 조사에서 “김 이병을 모든 임무에 헌신을 다한 참 군인이자 주변 사람을 먼저 배려했던 따뜻한 청년으로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며 영면을 기원했다. 또한 장례식에는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참석해 “사랑하는 자식을 정성으로 키워 나라에 맡긴 유가족에게 말도 안 되는 형벌을 겪게 한 사람이 누구냐.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지 가슴 아프게 되짚고, 또 되짚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군이 이날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며 “여전히 매년 100명 안팎의 소중한 사람이 군에서 사망한다. 이곳에서의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더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현 이병은 2022년 9월 5일 입대해 10월 27일 일반전초(GOP) 부대에 배치됐다. 그러나 한 달여 만인 11월 28일, 간부와 선임병들의 모욕과 협박,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초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 이후 조사 결과, 분대장을 맡았던 간부가 유명 웹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비교해 모욕했고, 선임병들은 GOP 근무 미숙을 이유로 괴롭힘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이병을 괴롭힌 김모, 민모, 송모 등 선임병들은 1심에 이어 2025년 10월 24일 춘천지법 항소심에서도 각각 징역 6개월, 징역 4개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군 당국은 유가족 뜻에 따라 추모비를 설치하고, 고인의 생전 명예를 회복하는 조치로 사망 2년여 만인 올해 2월 순직 인정을 결정했다. 김 이병의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됐다.
하지만 매년 100명에 달하는 군 사망자 현황은 구조적 문제 해소 필요성을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군 당국은 “진상을 뼈아프게 되새겨 향후 재발 방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나, 시민사회는 군 내 인권보장 대책의 실효성 점검과 제도 개선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조직 내 가혹행위 근절 방안과 인권 보호 기제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