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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포기 땐 대화 용의”…김정은, 트럼프 향해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
정치

“비핵화 포기 땐 대화 용의”…김정은, 트럼프 향해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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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정치적 셈법이 다시 부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를 조건부로 시사하자 외교 무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북핵 동결을 현실적 대안으로 언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비핵화 포기를 북미 정상회담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그는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피력해 왔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고, 여전히 그렇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연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언급했으며, 다음달 31일부터 나흘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이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는 만큼, 정상회담이 급속히 성사될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논리상 북미 간 직접적 대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미 양국 모두 한반도 비핵화 기조에는 강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과 한국 모두 북한과 실질적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비핵화’ 목표에 유연성을 띨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라는 용어와 별도로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인정하는듯한 발언을 여러 번 내놓은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이 임시적 비상조치로서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도록 하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둬야 한다”면서,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미의 단계적 타협이 자칫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과거 북미 간 합의 과정에서도 동결조차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뼈아픈 선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관계 정상화 프레임이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의 핵 고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본질적 타협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 정상 간의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북핵 해법을 둘러싼 당사자 협상과 남북 관계, 동북아 전략 균형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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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