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AI가 독자화 이끈다”…크래프톤, K-AI 컨소시엄 합류로 생태계 강화
게임 AI 기술이 한국형 독자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5일, 게임 분야 특화 인공지능 모델 개발 역량을 인정받아 SK텔레콤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공식 참여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SK텔레콤 컨소시엄이 게임·산업용 AI 모델의 글로벌 수준을 판가름할 분기점으로 본다.
이번 컨소시엄은 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NC AI, 업스테이지 등 국내 선도 5개사가 주관사로 선정돼, 반도체부터 AI 모델, 데이터, 서비스까지 국내 기술로 구현하는 풀스택 AI 체계를 목표로 삼는다. SK텔레콤 주도 하에 크래프톤은 차세대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의 아키텍쳐 설계와 학습 알고리즘 연구 부문을 책임진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행동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처리하는 기술로, 기존 단일모달 AI 대비 실제 게임 콘텐츠와 이용자의 상호작용을 훨씬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자체적으로 실시간 게임 플레이 데이터셋 등 방대한 멀티모달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원천 기술 확보에 앞서고 있다. 이를 활용해 AI NPC(인공지능 게임 캐릭터), 스토리 엔진 등 실질적인 게임 콘텐츠용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개발도 병행한다.

특히 이번 컨소시엄은 개발된 AI 모델을 국내 생태계에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을 전제로 해, 국민·산업계의 AI 접근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AI 리더십 선점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포스트-트랜스포머 기반의 차세대 모델 도입을 표방하면서, 기존 AI 모델 대비 효율성과 확장성, 도메인 특화 성능까지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이미 대형 빅테크의 범용 AI뿐 아니라 도메인별 특화 모델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의 오픈AI, 구글 등도 게임, 의료, 금융 등 주요 산업별 AI를 독자 개발·검증하는 추세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대화형 AI 캐릭터(CPC) 및 AI 에이전트의 게임 내 의사결정 능력을 평가하는 'Orak' 벤치마크를 공개해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2024년 한 해에만 최고 권위의 AI 학회 15건 이상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 성과도 이어졌다.
또한 크래프톤과 SK텔레콤은 70억개 파라미터 규모 오픈소스 언어 모델 3종에 자체 개발한 포스트-트레이닝(post-training) 기법을 적용해 추론 특화 모델을 선보였다. 이는 국내에서 게임과 기타 도메인에 특화한 AI 학습·적용 역량이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갖췄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멀티모달 AI는 게임뿐 아니라 의료, 교육 등 실세계 상호작용이 중요한 모든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며 “이번 컨소시엄이 산업별 맞춤 AI의 실효성과 시장성을 검증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AI 독자화 전략과 오픈소스 생태계 기반 강화가 동시에 진전되면서, 산업계는 국내 기업들이 실제 글로벌 AI 경쟁에서 얼마나 빠르고 견고하게 영향력을 키워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데이터, 시장 구조 전환 속에서 플랫폼 주도권을 누가 쥘지도 추가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