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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보고, 맛본다”…가을빛 대구의 예술과 미식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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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보고, 맛본다”…가을빛 대구의 예술과 미식 산책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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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한여름의 뜨겁고 무거운 공기로 기억되곤 했지만, 지금은 쾌적한 가을 산책의 도시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사소한 기온의 변화지만, 그 안에 담긴 대구의 표정은 확연히 달라졌다.

 

22일 대구광역시는 구름 어린 하늘과 23.3도라는 온화한 기온으로 산책 욕구를 자극했다. 내일 역시 최저 17도, 최고 25도를 오가는 선선한 예보가 이어지니, 어디론가 발길을 옮기고 싶어진다. 실제로 SNS에는 “요즘 대구 풍경이 이국 같다”, “걷다 보면 하루가 짧다”는 인증이 줄을 잇는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구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구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다양하다. 중구의 동성로는 대구의 오랜 중심지다. 약 1km 남짓한 이 골목엔 각종 상점과 영화관, 길거리 악사와 소소한 공연이 이어진다. 어느새 내 앞을 스쳐가는 사람들의 대화도, 뒷골목 노점에서 풍기는 향도 모두 이 계절을 받쳐준다. 분지 지형 특유의 온화함 덕분에 가을 산책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예술로의 발걸음은 수성구 미술관로로 이어진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이란 이름 자체로도 한국 문화의 깊이를 담고 있다. 총 6개의 전시실에 문을 열고, 감상과 교육이 조용히 교차하는 공간이다. “가을 햇살과 미술관의 고요한 빛이 잘 어울린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많다. 미술관 관계자는 “요즘 방문객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전시를 오래 감상하는 분위기가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또 한편으론 새로운 체험이 기다린다. 북구 관음로의 신전뮤지엄은 ‘떡볶이’라는 익숙한 음식과 현대적 공간이 만나는 곳이다. 기업 체험관이지만, 컵 떡볶이를 직접 만들고, 로봇과 함께 놀이하듯 요리를 완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추억이 생긴다”는 방문객의 고백처럼, 가족 단위 나 친구, 연인까지 폭넓은 발길이 모이고 있다.

 

대구의 가을엔 이런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뒤엉킨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제 대구는 무조건 미술관 한 번, 떡볶이 한 번 코스”, “동성로에서만 하루가 그냥 간다”고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구가 쾌적한 산책 도시로 부각되는 순간마다, 예술과 미식에 담긴 고유의 미감(美感)을 더하는 셈이다.

 

도시는 늘 조금씩 변한다. 그만큼 사소해 보이는 계절의 흐름, 거리의 온도, 새로운 체험이 우리의 여정을 바꾼다. 지금 대구의 변화는 누구나 겪고 싶은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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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동성로#대구간송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