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남녀 맞춤 치료로 간다”…성차의학 연구 국제 협력 가속
성차의학이 정밀의료의 기준을 새롭게 쓰고 있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 따른 질병 패턴과 치료법의 차이를 반영하는 접근이 국제연구 무대에서 주목받으면서, 국내 연구계도 전략 전환에 들어갔다. 대한성차의과학회 및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가 지난 19일 ‘성차의과학과 젠더혁신: 연구 패러다임의 전환’ 포럼을 개최한 배경이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행보를 유럽연합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참여 확대와 정밀의료 글로벌 표준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포럼에서는 호라이즌 유럽의 성평등계획(GEP) 의무화 조치와 그 실행 전략, 성차의학 관점 국제공동연구 진출 전략이 집중 논의됐다. 호라이즌 유럽은 건강, 환경,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이슈 해결을 목표로 한 세계 최대 규모 연구혁신 프로그램으로, 올해 한국이 준회원국 자격을 획득하면서 국내 참여가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 설계 전반에 성차의과학적 시각 반영이 국제사업 참여의 필수 조건으로 부각됐다.

‘성차의학’은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문화적 젠더(Gender)에 따라 질병의 발현, 진행, 치료 반응 등이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남녀의 유전자, 호르몬, 환경적 요인이 각 질환에서 다른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질환별 맞춤형 진단 및 치료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정밀의료 신기술로 간주되고 있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은 2023년 국내 최초로 성차의학연구소를 설립했고, 올해 1월 대한성차의과학회를 공식 출범시키며 해당 분야 리딩센터로 발돋움했다. 이번 포럼에는 덴마크 올보르대학교, 중앙의대, 서울치대, 그리고 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등 국내외 연구기관이 참석해 현장 경험과 정책 지원 방향성을 논의했다.
기존 임상 연구 및 의학 지침 다수가 남성 중심 데이터에 치중돼 있었던 점에서, ‘성차 통합’ 연구가 Precision Medicine(정밀의료) 실현의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호라이즌 유럽 참여 기관이 성평등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면서, 연구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관련 전략으로는 연구제안 단계에서 성별 특성 명시, 성차에 따른 분석과 지표 설정 등이 제시됐다.
글로벌 의료계에서는 현재 미국·EU 등 G7 국가를 중심으로 성차의학 데이터베이스 및 표준화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호주, 캐나다 등도 유전체 기반 맞춤형 치료에 성별 변인을 우선 반영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선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젠더혁신센터, 국립보건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통합 플랫품 구축이 논의되고 있다.
한편, 이번 포럼은 다양한 학계·정치권 인사 및 정부 정책 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여, 국내 연구자들이 유럽연합 공동 연구 프로젝트 진출 시 필요한 GEP 이행 및 성차 기반 연구설계 표준화 방안을 탐색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규범에 맞는 연구방법론 개발이 국가 바이오 연구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산업계는 성차의학과 젠더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정밀의료가 임상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 도입 속도뿐 아니라 연구제도·정책 지원이 맞물려야 분야별 실효적 성과가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국의 연구·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국내 산학협력 전략이 바이오헬스 산업의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