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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연합국의 승리 선물 아니다”…한시준 “독립운동이 신탁통치 막았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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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을 둘러싼 역사 인식이 정면 충돌했다. 26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한시준 단국대학교 명예교수는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 아니다”라며 기존 통념에 반기를 들었다. 이날 현장에는 학계·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한국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위상과 경로를 집중 논의했다.

 

한시준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연합국은 한국의 독립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일제 패망 이후 연합국에 의한 국제공동관리와 신탁통치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1943년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와 영국 외상이 국제공동관리에 합의했고, 1945년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미국·영국·소련이 신탁통치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방 이후에도 한반도에 대한 외세 관리가 계획됐음을 시사한다.

이에 한 교수는 “한국의 독립운동은 일제뿐 아니라 연합국에 대해서도 전개됐다”며 “국제공동관리와 신탁통치 시도에 맞선 강력한 반대운동이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카이로 회의에서 ‘한국의 자유 독립’이라는 문구가 채택된 배경을 설명하며, “전쟁이 끝나기 전 독립을 보장받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고 부연했다.

 

임시정부와 국민이 주도한 반탁운동의 여파로 향후 유엔에서 신탁통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한시준 교수는 “일제만이 아니라 연합국의 통치 시도에도 저항해 광복의 주체성을 지켜냈다”며 “한국 독립운동의 특수한 세계사적 위상”임을 재차 밝혔다.

 

주제발표에서는 일본 리쓰메이칸대학교 가츠무라 마코토 교수가 ‘안중근 동양평화론’에 관한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가츠무라 교수는 “안중근의 평화 구상은 현대 동아시아의 상호 이해와 미래 비전을 위한 사상적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광복에 대한 주체적 의미와 함께, 국제정세 속 한국 독립운동의 전략과 파장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담론이 확대될 전망이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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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준#광복회#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