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돔 풀장 아래 환호”…도심 속 피서, 성북문화바캉스가 바꾼 여름의 표정
요즘 도심 속에서 아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물놀이 바캉스’가 부쩍 인기다. 예전엔 멀리 바다나 워터파크로 떠나야 할 휴가였지만, 지금은 집에서 멀지 않은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 한복판에서 찬란한 여름이 흐른다. 익숙한 공간이 시원한 에어돔 풀장과 워터 슬라이드, 그리고 청명한 음악 공연이 어우러진 피서지로 바뀌는 순간, 주민들도 “올해 여름은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성북구 정릉로 279의 유휴공간이 화려하게 변신했다. 올해로 9회를 맞은 ‘성북문화바캉스’는 2025년 7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운영된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시설은 햇살을 피할 수 있는 대형 에어돔 풀장. 물안개가 부드럽게 감싸는 안개터널, 시원한 폭포수로 가슴이 뻥 뚫리는 워터버킷, 30미터 길이 미끄럼틀에서 반복되는 함성 소리까지, 방문객들은 곳곳에서 격렬한 여름을 만끽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방학 기간 수도권 워터파크 검색량이 전년 대비 늘었고, 가족 단위로 가까운 축제형 피서지를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먼 장거리 이동 대신 동네에서 하루를 보내는 ‘근거리 바캉스’ 인증이 SNS에서 줄을 잇는다.
축제 현장 담당자는 “예년보다 유아·아동 동반 가족의 문의가 늘었고, 푸드트럭·낚시 체험 등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설계했다”며 “멀리 떠나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시원한 일탈감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집 앞에서 이런 축제가 열려 아이와 추억을 남겼다”, “애들도 어른도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고맙다”는 현장 체험담이 이어진다. 실제로 회전썰매풀에서 튜브를 끌던 한 부모는 “아이보다 내가 더 해방감을 느꼈다”며 웃음을 지었다.
작고 사소한 공간의 변신이 가져온 변화는, 삶의 태도도 바꾼다. 예전엔 특별한 피서지가 멀리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집 앞의 운동장에도 진짜 여름이 찾아온다. 성북문화바캉스처럼 일상 속에서 만나는 축제는, 우리 삶의 리듬에 새로운 물결을 스며들게 한다. 뜨거운 여름날,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