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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너머 발효의 향이 머문다”…순창에서 만나는 고요한 전통과 자연의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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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너머 발효의 향이 머문다”…순창에서 만나는 고요한 전통과 자연의 여운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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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단순한 경치 감상이 아닌, 오랜 세월 이어온 지혜와 정성을 오롯이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애틋해진다. 순창에서 걷는 하루는 그런 소박한 바람을 온전히 품어낸다.

 

순창군은 예로부터 장류의 고장으로 불린다. 햇살 가득한 산자락과 흐르는 맑은 물, 구름이 드리운 하늘 아래 여행자는 깊은 쉼표를 찍는다. 실제로 22일 오전 순창군 일대는 구름이 많고 24.9도에 머무는 쾌적한 날씨를 보였다. 남동풍이 살살 스며드는 이른 가을, 고요한 숲길을 걷는 길손의 발걸음에 바람소리가 곁들여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순창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순창

가장 먼저 이끄는 곳은 훈몽재다. 쌍치면 둔전리,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과 학문이 이어진 터전을 지키고 있는 고요한 누정이다. 방문객들은 고목이 우거진 숲길을 산책하면서 과거의 사색과 오늘의 평온이 교차하는 미묘함을 누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이 내면을 맑게 해 주는 것 같다”고 여행자들은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식탁 위에서도 이어진다. 순창의 대표적 미식지인 고추장익는 마을에 들르면, 전통의 맛이 일상에 스며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전통 방식으로 고추장을 빚어내는 풍경, 장독대 위에서 익어가는 고추장의 붉은 빛과 구수한 향취는 순창이 가진 발효문화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곳에선 고추장 만들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도 운영되고 있다.

 

옹기체험관을 찾으면 흙과 손, 그리고 나눔의 가치를 배운다. 물레 위에서 점차 형태를 갖춰가는 옹기는 순창의 일상을 담는 용기임과 동시에, 여행자에게는 고요한 집중의 시간이 된다. “흙을 만지는 촉감 하나에도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소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순창에선 마음이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 “발효의 냄새가 삶을 더 깊게 만든다”라며, 방문객들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주는 위로를 공유하고 있다.

 

순창의 하루는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경험으로 가득하다. 자연과 전통 속에서 오감을 깨우고, 천천히 걸으며 일상의 속도를 재조정하는 일.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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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훈몽재#고추장익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