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의 사과”…박시헌, 금메달 반환 결심→정의 향한 올림픽 복싱 복권
박시헌의 손끝에서 전해진 올림픽 금메달은 35년의 무거운 시간이 깃들어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결승, 경기장에 울려 퍼진 야유와 박시헌의 굳은 표정은 논란의 한복판을 상징했다. 박시헌은 자신이 받아 든 금메달을 평생 내려놓지 못한 채, 결국 2023년 미국 펜서콜라에서 진정한 승자 로이 존스 주니어를 찾아가 보듬듯 목에 걸어주었다.
서울 올림픽 복싱 남자 라이트 미들급 결승은 역사상 가장 큰 판정 논란의 무대였다. 모로코 출신 심판의 결정 이후 박시헌이 승리했지만, 국내외 언론은 매수 의혹까지 제기하며 작은 파문이 세계로 번졌다. 미국올림픽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도 의혹을 검토했으나 결국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일단락됐다.

박시헌은 긴 침묵 끝에 정의 앞에 선 결단을 내렸다. 그는 “진정한 금메달의 주인을 찾아 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금메달을 반환했다며, 로이 존스 주니어에게 “진짜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박시헌은 상대를 향한 존중을 끝까지 잊지 않으며 스포츠의 바른 길을 직접 실천해 보였다.
경기 이후 존스 주니어의 재대결 요청이 있었지만 부상과 은퇴 탓에 실현되지 못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선 승부보다 깊은 인정을 나눴고, 몇 년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맺은 약속 또한 이번 결심으로 이어졌다.
박시헌은 “정직하지 못한 금메달은 돌려주는 것이 올바르다”며, 스포츠의 가치는 승패나 메달이 아닌 존중과 정직함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에게 “올바른 방법으로 실력을 기르고, 상대를 인정하는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어둡고 길었던 논란의 터널을 빠져나온 자리, 박시헌의 금메달 반환은 스포츠맨십이 살아 있는 되새김이자 선수와 팬 모두에게 조용한 울림으로 남는다. 박시헌과 로이 존스 주니어의 이야기는 올림픽 복싱사의 의미 있는 발자국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