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보며 호미곶을 걷는다”…포항에서 만나는 일상의 쉼표
요즘 포항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멀고 낯선 항구 도시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동해의 일출과 산사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여행지로 자리잡았다. 천천히 광장을 걷고, 역사의 온기를 느끼는 하루가 누구에게나 짧은 힐링이 되고 있다.
포항에서는 눈을 뜨면 동해와 맞닿은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23.5도, 구름 낀 초가을 바람은 눅눅함도 걷어내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 SNS에선 호미곶해맞이광장에서 해돋이를 맞고, 상생의 손 앞에서 사진을 남기는 모습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온다. 호미곶의 유채꽃 단지, 바다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 그리고 작은 상징물들까지도 계절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며 방문객들은 각자의 기억을 기록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봄과 가을에 포항을 찾는 여행객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도시는 등대와 바다, 그리고 신라시대 고찰까지 품으며 남녀노소에게 다양한 테마를 제시한다. 특히 국립등대박물관은 바다 교통과 등대의 역사를 체험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포항 북구의 보경사는 템플스테이를 경험하려는 2030 세대와 힐링이 필요한 직장인들에게 조용한 피난처 같은 곳으로 인기가 높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관계의 리셋과 자연 속 힐링 욕구”라고 해석한다. 여행 칼럼니스트 김수현은 “동해와 산사의 조합이 포항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표현했다. “등대와 같은 구조물은 바다의 이야기를 전하고, 고찰의 평온은 일상의 긴장을 덜어준다”는 뜻이다. 실제로 직접 사찰에 머물러 본 한 방문객은 “경내를 걷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고요해진다”고 고백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역사와 풍경이 모두 있는 곳” “새벽 바람 맞으며 걷고 싶다” “사찰에서 자는 밤, 새로운 기운을 얻었다”는 감상들이 모인다. 가족 여행에서부터, 혼자만의 회복을 위한 짧은 1박까지 포항에서의 여행법은 다양하다. 무심코 걷던 바닷길, 느리게 감상하던 등대 이야기, 산사에서의 고요한 명상까지. 순간순간, 삶의 리듬에 숨을 불어넣는 쉼표가 된다.
포항은 단지 관광지가 아니라, 현대의 피로한 일상에 소박하지만 깊은 위안과 질문을 던진다. 해돋이의 찬란함, 등대의 빛, 산사의 적막함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이 오늘도 이어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