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 펌핑, 상온서 10배 강화”…정명화, 양자소자 패러다임 바꿨다
양자역학을 활용한 스핀 펌핑 현상이 저전력 전자소자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정명화 교수가 세계 최초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실험에 성공, 기존 대비 10배 이상 강한 스핀 전류를 상온에서 구현함에 따라 산업계의 주목이 쏠린다. 이번 연구는 스핀트로닉스 기반 저전력 반도체와 차세대 양자소자 기술의 실용성을 크게 높일 성과로 평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8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정명화 교수를 선정했다. 2025년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를 앞두고 선정된 만큼, 업계는 해당 연구를 ‘양자소자 경쟁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정명화 교수는 전통적 고전역학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기존 스핀 펌핑 기술은 전자의 이동에서 유발되는 에너지 손실, 저효율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전자 회전(스핀)의 방향 변화가 아니라, 스핀 ‘크기’ 변화에서 전류를 추출하는 양자역학적 원리를 접목함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철-로듐(Fe-Rh)' 자성박막을 활용, 극저온에 한정됐던 양자 현상을 상온에서도 재현했다. 이 과정에서 스핀 흐름의 전달·변환 과정 손실을 크게 개선했으며, 실험에서는 기존 방식에 비해 10배 이상 큰 스핀 전류가 발생했다.

이 기술의 파급력은 산업계 전반에 걸쳐 각광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컴퓨터, 서버 등 전력 소모가 핵심 이슈인 IT·전자산업에서 효율적인 스핀 전류 응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전자 회로가 가진 에너지 소모와 발열 한계를 스핀트로닉스가 극복하는 핵심 계기로, 상온 기반 신소재·저전력 반도체 칩 개발에도 직접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 상황을 보면, 스핀트로닉스는 미국과 일본, 유럽 연구진이 선도하던 분야다. 하지만 양자역학적 스핀 전류의 상온 대량 생성에 관한 실험적 입증은 정명화 교수팀이 처음이다. 이로써 한국이 차세대 스핀 기반 반도체, 양자소자 시장을 주도할 기술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규제와 산업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스핀트로닉스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와 차별화된 물리량(스핀) 기반의 정보처리로 연구 윤리, 기초과학·원천기술 확보 정책 등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향후 양자 및 스핀 소자 기술의 국제 표준화, 지식재산권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의 실용화가 저전력·고효율 전자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적용될 수 있을지 주시중이다. 기술과 제도, 산학연 협력 생태계가 선순환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