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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닭 한 마리로 이어진 온기”…땀과 사랑→세대를 잇는 기억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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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닭 한 마리로 이어진 온기”…땀과 사랑→세대를 잇는 기억의 밥상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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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웃음과 정갈한 상차림으로 펼쳐진 ‘한국인의 밥상’은 닭 한 마리의 사연에서 시작됐다. 식탁 위 소박한 온기와 손끝에 스민 가족의 노력이 마을을 흐르고, 한 그릇을 앞에 둔 이들의 표정에는 세월을 견뎌온 일상의 뜨거움이 묻어난다. 프로그램이 전하는 닭 한 마리의 역사는 단순한 한 끼를 넘어 대를 잇는 사랑과 응원, 그리고 세대의 위로로 자연스럽게 번졌다.

 

전라남도 해남군의 닭 요리촌에서는 시대의 변화가 한 상에 담겼다. 구멍가게 뒤마당에서 백숙과 주물럭, 구이와 닭회에 이르기까지 닭의 모든 순환이 이어진다. 장인의 땀과 아버지의 희생, 그리고 새로운 감각을 더해간 3대 후손의 손길까지 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스며든다. 해남 땅을 지나던 이들도 모두 한 번쯤은 그 시간에 스며, 맛 한 점에 이방인의 마음을 얹었다.

치열한 삶을 품은 한 그릇…‘한국인의 밥상’ 닭 한 마리, 지역의 온기→세대를 잇다 / KBS
치열한 삶을 품은 한 그릇…‘한국인의 밥상’ 닭 한 마리, 지역의 온기→세대를 잇다 / KBS

서울 성동구 왕십리의 한 식당에는 닭 내장탕의 진한 추억이 살아 숨 쉰다. 먼 타지에서 올라와 무일푼으로 장사를 시작한 어머니의 손에 담긴 근면과 고단함, 저렴한 내장과 무, 계란을 곁들여 채워 올린 그릇마다 지난 시간의 애절함이 진하게 퍼진다. 노동자의 두툼한 어깨와 어머니의 굳은 손이 매 장면, 카메라에 담길 때마다 한 끼로 채운 위로와 연대의 힘이 느껴진다.

 

경상북도 대구 평화시장에는 닭똥집튀김의 변치 않는 손맛이 골목을 지킨다. 칠십 년 가까이 시장을 누빈 상인들의 삶에는 땀과 시간, 그리고 가족의 끈끈한 의지가 녹아났다. 치킨 무를 썰고, 닭똥집을 수없이 튀겨내며 사람들의 허기를 나눈 자리마다 이웃과의 유쾌한 대화, 아련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강원도 삼척 삭도마을에선 광부의 밤을 토닥인 물닭갈비와 닭죽의 온기가 빛났다. 끌차의 쇳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리던 탄광촌에서, 막걸리 한 사발과 보글보글 끓는 닭 한 마리는 무사귀환을 비는 가족의 바람으로 남는다.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두고 맞잡은 손마다, 살아 있다는 기쁨과 평화에 대한 염원이 간절하게 퍼져 나간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닭 한 마리에 아로새겨진 시간과 정, 가족의 위로를 곱씹는다. 대를 거듭한 한 끼의 힘, 이름 모를 이들에게 흘러간 소박한 만찬의 온기는 지난날에서 오늘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한국인의 밥상’은 닭 한 마리가 건네는 이 땅의 사랑과 위로, 그리고 변함없는 일상의 풍경을 되살려낸다. ‘한국인의 밥상’은 2025년 8월 7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익숙한 한 그릇과 함께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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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밥상#닭한마리#해남닭요리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