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고요함·전통의 숨결”…울산 가을, 느리게 걷는 일상의 여유
요즘 울산을 찾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예전엔 산업 도시의 상징으로만 여겨졌던 울산이지만, 지금은 가을의 고요함과 전통이 어우러진 일상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아침, 울산의 기온은 24.1도. 구름이 많은 하늘 아래, 최고 26도의 선선한 날씨는 잠시 걸음을 늦추며 도심의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기에 더없이 좋았다. 가볍게 채비를 갖추고 문을 나서는 이들의 얼굴엔 계절 바뀜 사이 잔잔한 설렘이 묻어났다.

진한 자연과 역사의 향기는 석남사에서 시작된다. 가지산 자락에 얹혀진 사찰 공간은 울창한 숲, 계곡, 그리고 이른 가을 단풍이 만들어내는 고요함으로 가득했다. 경내를 거닐다 보면, “어쩐지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라는 방문객의 말이 절로 떠오른다. 도시에서 보낸 일상과 달리, 이곳에서는 사색과 느림이 도드라진다.
한편, 울주군 온양읍에 자리한 외고산옹기마을에서는 한국 옹기 문화를 온몸으로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옹기 만들기에 직접 참여하는 가족, 구수한 흙 냄새 속에서 옹기 역사에 귀 기울이는 여행자들로 마을은 조용하지만 활기가 느껴졌다. 1957년부터 이어온 전통과 상설판매장에 전시된 장인의 작품은 “이야기가 담긴 물건”이라는 느낌을 남겼다.
도시 한쪽, 동구 쇠평길의 울산테마식물수목원도 빼놓을 수 없다. 생태림을 활용한 자연친화적 수목원은 계절 따라 변하는 식물들의 풍경이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많은 이들이 “탁 트인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평소 쌓인 피로가 사라진다”고 표현할 정도다. 아이들과의 자연 학습, 연인과의 산책, 때로는 혼자의 사색까지 모두를 위한 여유가 여기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울산 지역의 자연·문화 관광 테마 방문 비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가족 단위 여행이 30% 가까이 증가했고, 일상을 벗어나 단기 힐링을 찾는 20~40대 방문객도 두드러진다. “울산이 점점 더 느리게 걷는 도시가 된다”는 한 여행 칼럼니스트의 평처럼, 도심의 고요함과 전통의 깊이가 일상 속 쉼표가 되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바다가 아니어도 울산엔 멈춰 설 만한 순간들이 넘친다”, “주말마다 옹기마을로 향하는 이유는 가족과의 소중한 기억 때문”이라는 후기들이 sns에 쌓인다.
울산의 가을은 단지 풍경이 아니다. 자연과 역사를 품은 공간에서, 우리는 잠깐이라도 일상을 내려놓고 나만의 속도로 걸을 수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