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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고치는 의사에서 장의사로”…임은정, 동부지검장 취임하며 개혁의 끝단 자처
정치

“검찰을 고치는 의사에서 장의사로”…임은정, 동부지검장 취임하며 개혁의 끝단 자처

이도윤 기자
입력

검찰개혁의 명운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지검장이 지난 7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장문의 메시지가 법조계와 정치권에 파문을 던졌다. '검찰의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가 되겠다'는 강한 어조와 함께, 검찰 스스로 개혁의 기회를 방기했다는 자성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임 지검장의 이례적 선언은 검찰개혁 논쟁의 새로운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임은정 지검장은 2018년 2월, 당시 서지현 검사 '미투' 진상조사단 참고인으로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했던 기억을 소환하며 첫 출근 심경을 밝혔다. 그는 “검사장으로 돌아왔지만, 검찰의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참담하다”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2018년 그때라도 제대로 고쳤다면,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이처럼 거세게 밀려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내부 변화의 책임을 검찰 조직에 돌리며, 자체 개혁 실패가 외부로부터 압력을 불러왔음을 직설적으로 언급한 대목이다.

취임사 하는 임은정 신임 동부지검장 / 연합뉴스
취임사 하는 임은정 신임 동부지검장 / 연합뉴스

최근 논란이 된 인천세관 마약 밀수 사건과 관련해 임 지검장은 “많은 분들이 동부지검이 수사 중인 것으로 여기지만, 해당 사건은 대검 합동수사팀이 맡고 있다”며 “동부지검은 공간만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수사 직접 관여가 불가피하게 차단된 구조를 명확히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개혁의 동행’에 더 무게를 실었다.

 

특히 임은정 지검장은 내부고발자와의 연대로 ‘검찰개혁 DNA’ 복원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백해룡 경정, 박정훈 대령 등 내부고발자들과 연대하며 고통과 외로움을 덜겠다”며, 치유와 동행의 메시지를 전했다. 임 지검장은 서울동부지검이 ‘란 다방의 난’으로 상징되는 저항의 장소임을 강조했다. 그는 “여기라면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직 개혁의 의지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밝혔다.

 

임 지검장은 “처음에는 검찰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검찰의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직접적이고 강렬한 표현임에도, 진정성 어린 자기 고백과 함께 ‘한 시대를 잘 마무리 지어야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소명을 내세웠다. 끝으로, “씩씩하게 계속 가보겠다. 함께 해 주십시오”라는 한 문장에 변화와 연대에 대한 호소를 남겼다.

 

법조계에서는 임은정 지검장이 “종결자의 역할”을 통렬히 자처했다고 평가한다. 한편 검찰개혁 논란이 재점화된 이번 메시지에 대해 “사법 권력 내부에서 자성을 공개적으로 외친 인물은 드물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정치권 역시 임 지검장의 향후 행보와 조직 개혁의 최종 귀결점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서울동부지검은 새로운 리더십 속에서 검찰개혁의 잔여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임은정 지검장의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검찰개혁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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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서울동부지방검찰청#검찰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