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미래지향 협력 공감”…이재명·이시바, 역사문제 온도차 속 관계 안정 모색
역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이견이 뚜렷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공식화했다. 8월 2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 양국은 공동 발표문을 채택하며, 한일관계 안정화와 협력 확대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Japanese 등 주요 언론은 이번 회담 및 발표문을 24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며, 역사문제·북한·트럼프 행정부 등 다양한 변수 속 양국의 전략 변화에 주목했다.
최종 합의된 공동언론발표문에는 "미래 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공동 이익을 위해 협력한다"는 문구와 함께,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축적된 한일관계의 기반' 위에서 대화와 협력이 이어지기로 명시됐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일본이 청구권협정의 의의를 강조하는 데 주력했으며, 양국이 분쟁 발생 소지를 조기에 소통으로 차단하려는 노력이 담겼다고 해설했다. 일본 측은 한일관계 '기반'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고, 한국 내 일부에서는 이 협정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역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1998년 DJ-오부치 공동선언'과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발표문에 적극 포함시켰다. 당시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표명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이번엔 문서로 공식 확인돼 과거 구두 언급보다 진전된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표현이 빠진 점에 대해선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가 중국 반발을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북한 문제 역시 한일 간 온도차가 드러난 대목으로, 한국이 단계적 비핵화를 용인하고 일본은 이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정상회담 타이밍과 관련해, 일본 언론은 이 대통령이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찾았다는 점, 그리고 한·일 관계가 민감한 시기인 8월에 만남이 이뤄진 것을 주목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일 소통의 주체가 과거 강경 태도를 경계하던 일본 내 분위기에 신뢰를 더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닛케이신문 등은 북한·러시아의 군사 협력,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관 재편 등이 이번 양국 공조 강화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양국 관계의 불안 요인 역시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 내 일각에선 "역사 문제 재점화를 경계한다"며, 이시바 총리가 퇴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자민당 내부에선 야스쿠니신사 참배 경력이 있는 강경파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양국의 역사 갈등이 정권 변화 등 정치적 변수에 따라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정상회담 이후 만찬에선 이시바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 음식인 안동 찜닭을 대접하는 등 유대 강화 메시지가 전달됐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회담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를 위한 과학적 근거 기반 소통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은 "이번 정상회담이 일단 미래지향 협력의 물꼬를 텄지만, 양국 모두 국민 여론 및 정권 내부 역학에 따라 외교 기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주요 현안에 대한 구체적 성과 도출과 합의 이행 여부가 한일관계의 지속적 안정세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