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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동해와 전통의 온기”…포항 여행에서 만나는 휴식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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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동해와 전통의 온기”…포항 여행에서 만나는 휴식의 순간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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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떠남이자, 쉬어가는 선택이다. 요즘은 낯선 도시 대신 자연과 사람, 그리고 오래된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포항은 그런 갈증을 채워주는 곳이다. 바닷바람이 부는 해변에서 한가로이 걷고, 시장의 활기에 젖어 보며, 사찰의 고요 속에 머물러 보는 시간—그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포항을 대표하는 곳, 호미곶 해맞이광장은 해돋이 명소로 부쩍 입소문이 났다.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와 ‘상생의 손’ 조형물이 촘촘하게 어우러진 풍경은 새해 첫날은 물론,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동해의 거센 파도와 새벽의 설렘이 겹쳐지는 순간, “여기에서 무언가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오어사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오어사

도심 가까운 영일대 해수욕장은 또 다른 매력을 품었다. 부드러운 백사장, 바다 위에 지어진 ‘영일각’이 비추는 일몰의 순간, 이어지는 산책로와 작은 카페들까지—여기선 굳이 멀리 여행을 나서지 않아도 일상의 피로가 자연스럽게 풀린다. 한 여행객은 “해변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돈되는 순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시장 골목서 만나는 포항의 진짜 얼굴도 빼놓을 수 없다. 죽도시장 안에서는 싱싱한 해산물과 뜨거운 활기가 여행자들을 이끈다. 과메기, 물회, 대게 같은 지역 밥상에서 계절의 맛과 바다의 향기를 한껏 즐겼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이곳에선 내 돈으로 ‘근사한 한 끼’를 차려 먹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는 소박한 반응이 인상적이다.

 

문화와 자연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도 여행의 빛을 더한다. 신화 속 주인공을 형상화한 조형물, 바닷가 산책로, 소규모 전시관은 아이들과 연인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을 남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역의 전통 설화와 현대적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이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찾는 이들에게 제격”이라 해석했다.

 

마지막 여정은 오어사의 적막한 숲길에서 완성된다. 절집을 감싸는 푸른 나무와 오어지 둘레길은 ‘나만의 속도로 걷기 좋은’ 사색의 공간이다.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숨을 고르는 여행자들 모습에서, 반복되는 일상 너머의 쉼이 절실하다는 바람이 읽힌다.

 

포항을 다녀온 이들은 “바다와 숲, 사람과 시장의 온기를 고루 누리고 나니, 한동안 부유하던 마음이 차분해졌다”고 표현한다. 도심과 자연,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포항 여행은 단지 볼거리 이상의 감각을 일깨운다. 작고 소소한 경험들이 쌓이고, 그 안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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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호미곶#영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