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욕설·고성으로 얼룩진 국감”…曺·秋부터 최민희까지, 정쟁만 남겼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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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고성이 난무한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면충돌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는 3주간 이어진 정쟁과 공방만 남긴 채 10월 30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책 질의는 실종되고 막말과 조롱, 욕설이 중심이 된 이번 국감은 국회 기능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함께 국감 무용론까지 불러일으켰다.

 

국감 최대 격전지였던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대법원 상대로 열린 첫날부터 분위기가 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 요청을 허락하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은 약 90분 간 대선 개입 의혹 등을 두고 집중 질의를 이어갔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피켓을 들어 조롱해 논란을 부추겼다.

14일 열린 법무부 국감에서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 사이 반말 공방이 일었고, 대법원 현장검증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각각 항의, 국회로 복귀해 '반쪽 국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현장 검증과 질의 영상을 유튜브 '쇼츠'로 촬영·확산시키며 정책 질의 대신 자극적 표현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문자 폭로'를 계기로 막말 국감이 됐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의 욕설 문자와 전화번호를 공개했고, 이에 박 의원은 '한심한 XX'라고 맞받아쳤다. 비공개회의에서도 거친 언사가 오가고 고소전까지 이어지면서, 증인·참고인들은 장시간 대기해야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딸이 국정감사 중 국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최 위원장이 MBC 보도본부장을 비공개 업무보고 도중 내보낸 일까지 겹치며 논란이 확산됐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의 피감기관 축의금 수수 의혹을 거론하며 사퇴를 주장했고, 최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제한하는 등 양측의 충돌은 격화됐다.

 

국방위원회 역시 파열음을 냈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성일종 위원장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내란'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거세게 반발하며 욕설이 오갔다.

 

국정감사 초중반은 '김현지 국감'이라 불릴 만큼 대통령실 부속실장 김현지 씨를 둘러싼 증인 채택 공방으로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다양한 상임위에서 출석을 요구했으나, 여당 반대로 채택이 불발됐다.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여야 간 증인 출석 시간과 방식 협의가 끝내 무산되면서, 양측은 '반반 출석'과 '종일 출석'안을 두고 맞섰다.

 

여야는 국감 과정 내내 상임위원장 운영, 법안 처리 등 쟁점마다 정면충돌했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내란 청산과 민생 개편에 집중했으나 국민의힘의 정쟁과 발목잡기로 국감 일정이 흐트러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위원장들이 상임위를 편파적으로 운영해 모든 국감이 묻혔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일부 전문가와 정치권 인사는 국감 무용론을 언급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국감이 본래 여야 견제와 비판을 위한 자리지만, 올해는 전략 부재와 정쟁만 남았다"고 꼬집었다. 한 중진 의원도 "상시 국회 시스템에서 소모적인 국감을 매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마무리되는 이번 국감의 파행을 두고 책임공방만 오가는 모양새다. 여러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 국감 무용론에 대해 국회는 다음 회기 논의와 제도 개선 방안 모색에 나설지 주목된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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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국정감사#국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