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억의 행운을 잡다”…로또에 담긴 희망과 일상적 설렘
누군가는 매주 토요일 밤, 희미한 기대를 담아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낸다. 로또는 더 이상 특별한 도박이 아니라 일상에 잠깐 스며드는 ‘가능성의 설렘’이 됐다. 20억이 넘는 1등 당첨 소식에 “혹시 나도?”라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번 제1182회 로또 당첨번호는 1, 13, 21, 25, 28, 31(보너스 22). 6개 번호를 모두 맞춘 1등이 13명 탄생해 각자 21억 2,478만원이란 거액의 주인을 찾았다. 물론 세금을 제한 실수령액은 14억 2,360만원이지만, 그 또한 평범한 사람에겐 상상 밖의 행운이다. 2등(5개+보너스)은 79명이었고, 3등·4등·5등에서도 수많은 당첨자가 명단에 올랐다. 로또 한 장에 담긴 희망은 “언젠가 내 소원이 현실이 된다면”이라는 바람으로 일상과 포개진다.

재미있는 건 번호에 얽힌 집단적 습관과 기호들이다. 누적 최다 추첨 번호는 34번, 12번, 27번, 그리고 이번에도 등장한 13번 등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떤 번호가 더 자주 사람들의 꿈을 이끌었는지 통계도 공개됐다. 기자가 만난 40대 직장인 A씨는 “늘 특별한 번호가 뽑히는 건 아니다. 그냥 인생처럼 익숙한 숫자도 한 번씩 찾아온다”고 느꼈다.
통계청과 복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년간 누적 1등 당첨금은 19조원을 훌쩍 넘겼다. 매주 토요일 밤 8시 35분, TV와 휴대폰 앞에 모여 당첨번호를 확인하는 이들은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내 번호도 맞을 수 있다’는 남모를 떨림을 공유한다. “나는 당첨될 리 없어”라고 말하면서도, 다음 주에도 로또 구입 기한을 챙기는 사람들. ‘로또는 사는 게 아니다, 꿈을 사는 거다’라는 유행어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지영 씨는 “확률로 보면 극히 드문 일이지만, 로또가 실제로 주는 것은 일상에 가벼운 긴장감, 그리고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나는 상상”이라고 했다. 그는 “그만큼 평범한 하루에 작은 기대를 허락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에 활력이 더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번 회차를 두고도 SNS엔 “이번에도 소소하게 4등, 그래도 주말엔 희망이 있다”, “내 번호가 또 한 번 비껴갔지만, 다음주도 도전”이라는 체험담이 넘친다. 로또는 숫자를 맞추는 게임이면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나의 변화’와 ‘작은 기적’을 상상하는 일상의 의식처럼 남아 있다.
한 장의 로또에는 어쩌면 잠깐의 설렘과 소소한 희망, 그리고 현실을 버티는 힘이 깃든다. 삶의 방향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이 작은 종이에 담긴다. 로또는 단지 운만이 아닌, 현재를 조금 더 재미있게, 자신답게 견디는 작은 기호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