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환호”…정한재, 세계선수권 은메달→한국 레슬링 자존심 되살리다
자그레브 아레나를 가득 메운 긴장과 기대 속에서 정한재가 다시 한 번 한국 레슬링의 희망을 쏘아올렸다. 숨막히는 결승전, 금메달 문턱에서 아쉽게 멈췄지만, 7년 만에 세계선수권 메달을 거머쥔 그의 눈빛에는 자부심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메달을 기다려온 팬들의 박수는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2025 세계레슬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63㎏급 결승에서 정한재는 우즈베키스탄의 아이티안 칼마크아노프에게 0-6으로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예선에서 이반 이자토비츠를 7-1로 돌파한 데 이어, 16강에서는 나카무라 마나토를 상대로 6-0 폴승을 거두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8강전에서는 러시아 출신 세르게이 예멜린을 맞아 1-1 무승부 끝에 선취점 우선 원칙 덕분에 승리를 얻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는 지난 6월부터 UWW에서 도입된 새로운 규정이 처음 적용됐다는 점에서, 극적인 순간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어진 준결승에서는 이란의 무함마드 케쉬트카르를 5-3으로 꺾는 투지로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결승에서 만난 칼마크아노프는 20세 이하 세계선수권 금메달 경력이 빛나는 열아홉의 신성이었다. 정한재는 경기 초반부터 거센 공격을 맞으며 1피리어드를 0-2로 마쳤고, 2피리어드에서 추가 실점하며 게임을 뒤집지 못했다. 끝까지 손에 힘을 쥔 채 뒤집기를 노렸지만, 체력적으로 밀리며 0-6으로 아쉽게 멈춰섰다.
이번 은메달은 2018년 김현우, 김민석의 동메달 이후 7년 만에 대한민국 선수의 세계선수권 입상이라는 값진 의미를 가진다. 아울러 정한재는 류한수 이후 8년 만의 금메달 도전자로, 한국 레슬링의 새로운 역사를 준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한재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60㎏급 동메달을 거머쥔 바 있고, 파리 올림픽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한 뒤 체급을 올려 재도전에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기량은 다가올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60㎏급 혹은 67㎏급 출전을 예고한다. 특히 한국 레슬링이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메달 소식이 끊긴 가운데, 정한재의 투지가 다시 한 번 올림픽 재도전에 불을 지폈다.
객석 구석구석에서 들려온 환호와 격려 속에서, 정한재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고 또 한계를 넘어섰다. 무대는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그의 값진 은메달은 팬들에게 긴 여운과 벅찬 희망을 남겼다. 2025 세계선수권대회가 남긴 이 감동의 기록은, 한국 레슬링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향해 다시 힘차게 도약할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