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 산티아고 눈물의 미사”…백반기행, 삶을 건 고백→절절한 밤의 식탁
어둑해지는 밤, 식탁 위 연기가 희미하게 번졌다. 정일우는 차분하면서도 표현을 머금은 목소리로 스스로의 지난 시간을 풀어냈다. 오랜 시간 무명 시절 없이 달려온 정일우는, 허영만 앞에서 이전에 밝힌 적 없는 자신의 그림자를 고요하게 꺼내 보였다. 지난 길을 묻는 질문마다 그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고, 그 안에는 세월의 무게와 인간 정일우의 단단한 속내가 담겨 퍼졌다.
정일우는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대중 앞에 등장했다. 이후 화려함을 거듭하며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쉼 없이 전성기를 이어왔다. 베트남 여행에서 맥주 한 잔이 광고 모델이 되는 계기가 된 사연부터, 사극 비화와 “한복계 황태자”라는 별명에 얽힌 에피소드까지. 오랜 열정 뒤에 숨겨졌던 시간, 정일우는 27세에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던 절박했던 고통과 함께, 그가 택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담담히 털어놓았다.

순례의 마지막 날, 미사 도중 쏟아진 눈물은 정일우에게 두 번째 삶을 선물했다. 그는 그때를 “인생의 전환점”이라 회상했다. 익숙한 밝음 뒤에 감춰진 시린 경험과 깊은 깨달음은,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더 단단하게 성장하게 한 순간이었다.
함께한 식탁에서도 남다른 이야기가 이어졌다. 허영만이 직접 요리 실력을 점검하는 장면에서는, 셰프 이연복에게 칼질을 배운 드라마 ‘야식남녀’ 비화를 꺼낸 정일우의 진지한 태도가 빛났다. 허영만이 “요리박사”라며 감탄한 순간, 정일우는 한층 더 소박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웃음을 지었다.
보은의 한 동네 식당에서 펼쳐진 만남도 인상적이었다. 제철 나물과 고기, 직접 거둔 호박이 어우러진 호박고지찌개, 자연산버섯전골 등 매 끼니마다 살아 있는 이야기가 더해졌다. 10년 단골들과 더불어 차려진 밥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시간을 누빈 두 남자의 인생담을 품은 무대처럼 다가왔다.
짧은 침묵 후, 정일우는 “경계 위에 서 보니 일상과 사람이 더 소중해졌다”고 조곤조곤 고백했다. 그 목소리엔 평온과 진중함, 그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감사가 담겼다. 무명 시절 없는 화려한 20년, 그 속에 숨은 절제와 고요, 이제는 한결 충만한 감정으로 무장한 배우 정일우의 변화가 식탁 위에 그려졌다.
허영만과 정일우가 함께한 깊은 대화와 보은의 자연을 머금은 따스한 한 끼는, 오는 8일 오후 7시 50분에 방송되는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긴 울림을 가지고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