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검사·성분처방 법안 논란”…의협, 전국대표자 집회로 재격화
검체검사 위탁체계 개편, 성분명 처방 확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허용 등 보건의료정책이 의료현장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관련 법안이 필수의료 공급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에 의사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업계는 이번 갈등을 ‘의정협상 패러다임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1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 16일 국회 앞에서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를 예고했다. 의협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위가 주도하는 이번 집회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2만5000명이 참석한 지난 4월 총궐기 수준보다는 축소된 규모(11일 300명, 16일 500명)로 진행된다. 핵심 쟁점은 검체검사 수가 구조, 처방권의 변동, 한의사의 영상진단 기기 사용 등으로 집약된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검체검사 위탁체계 수가 조정안’이 있다. 기존에는 위탁검사관리료와 검사료를 합산해 110%의 수가를 지급했으나, 복지부 고시 개정으로 100%로 축소되고 분리청구 방식이 도입된다. 의료계는 일차의료기관 등 필수진료과의 경영 악화, 수탁기관 경영난 현실화를 우려한다. 또 성분명 처방과 한의사의 영상진단 확대가 의사의 처방권 및 진료영역 위축,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반발한다.
보건복지부는 검체검사 시장의 투명성 제고, 처방의 효율성, 환자 진입장벽 완화 등의 목적을 강조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현장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이 일괄 추진된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의사의 전문성과 국민건강을 동시에 위협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가 대화 창구를 닫으면서 강경 모드로 전환되고 있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한편, 미국·영국 등에서는 영상진단 장비 운용·수가체계에 대해 의료인력 간 역할 분담이 명확히 규정돼 있으며, 주요 국가는 의료계와 정책당국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변화 단계별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기술 및 진단 환경의 빠른 진화와 함께 제도·정책 부문의 합리적 조율이 ‘보건의료 산업 신뢰’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정책 추진이 일방적으로 지속될 경우, 의료계 불신과 혼란이 가중되고 제2의 집단행동 사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이 실제 현장 의료 공급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다시 의정갈등을 장기화하는 변곡점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