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물든 저녁 산책”…어울림정원 빛축제, 도심 속 새로운 위로
저녁이 내려앉은 정원에서 형형색색 빛 조형물이 불을 밝히는 순간, 산책길을 찾은 사람들이 하나씩 고개를 든다. 이맘때가 되면 어울림정원 빛축제를 경험하기 위해 서울 구로구의 안양천 생태초화원을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한때는 잠시 머무는 산책로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빛과 음악, 문화가 섞인 특별한 하루의 마무리가 돼가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어울림정원 빛축제는 ‘어울림’이라는 주제를 빛 조형물, 포토존, 휴게 공간, 버스킹 공연 등 각양각색으로 풀어낸다. 누구에게나 열린 산책로에 아이와 부모, 연인, 이웃이 함께 걷고,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순간을 아로새긴다. 저녁이면 빛에 물든 정원이 색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포근한 조명과 조심스레 섞이는 음악 소리에, 방문객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며 각자의 추억을 쌓는다.

이런 변화는 숫자와 반응으로도 보여진다.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인 빛 조형물 전시를 통해 해마다 방문객이 늘고 있으며, 포토존에서 찍힌 사진들이 SNS를 타고 널리 퍼진다. 아시아문화 체험부스에서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낯선 문화를 익히고, 서로 다른 세대와 국적이 한 자리에 어우러지는 장면도 자연스럽다.
현장 실무자는 “아름다운 빛의 산책로와 다양한 공연, 그리고 세대를 넘나드는 소통이 어울림정원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한편, 가족 단위 방문객은 “밤 산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나 새삼 놀랐다”고, 이웃과 함께 찾은 주민들은 “도심에서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작은 선물 같다”고 표현했다.
커뮤니티와 SNS 반응에서도 “아이와 함께 걷는 시간이 어느새 추억이 됐다”, “직장 끝나고 들러보니 생각보다 감성이 넘쳤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축제장 한편에 마련된 매점이나 휴게 공간, 또 아시아문화 체험 부스는 잠깐의 차분한 숨고르기이자, 어깨를 나란히 한 이웃과의 또 다른 만남이 된다.
빛을 따라 걷는 산책, 그리고 그 안에서 이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울림정원 빛축제는 단순한 야외 조명 행사가 아닌, 도심 한복판을 새로운 감각과 위로로 물들이는 기호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변화이지만, 우리가 함께 걷는 길은 그 속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