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대전환이 한국 생존 전략”…최종현학술원 포럼, ‘AI·동맹 전환’ 해법 제시

글로벌 복합위기를 둘러싼 외교·안보 전략 수립을 두고 외교·정책 현장의 핵심 전문가와 연구진이 격돌했다. 한미동맹, 기술 패권, 북핵 위협 등 동시다발적 도전에 맞서 ‘능동적 대전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한국의 생존을 좌우할 전략 변화가 정치권과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형국이다.

25일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 회장)은 동아시아연구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으로 ‘글로벌 복합 위기,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 방향’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는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등 학계와 정책 현장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총망라돼 국가전략의 방향을 진단했다.

김유석 대표는 “외교 정책은 전략과 원칙, 가치와 현실, 여기에 국내 정치적 고려까지 맞물리는 고도의 판단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최악을 피하는 선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최선에 가까운 전략’으로 전환하는 주도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전했다.

동맹과 안보 분야에선 김정섭 수석연구위원이 트럼프 2기 행정부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한미동맹이 ‘방위비 분담금 압박, 미군 역할 재설정,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세 갈래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제는 수동적 대응을 넘어 한국 주도의 능동적 동맹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작권 회복 역시 주권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벗어나 미국의 수요와 안보 환경에 맞춘 전략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풀어 설명했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와 실용외교의 변화도 촉구했다. 그는 “실용외교는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하는 데서 출발하며, 현실적 안보 기반 위에서 대화와 협력의 새로운 모형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정부가 평화와 안보를 동시에 놓치지 않는 균형 전략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손인주 서울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 주도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다자 협력망 확대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과의 전략적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했다. 빠르게 전환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다층적 외교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안보 강화 전략도 부각됐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은 AI와 제조업 융합 역량을 갖춘 거의 유일한 선진국”이라고 평가하며 “글로벌 산업 구조가 다변화하고 있는 오늘, AI-제조 융합을 새로운 국가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학계 모두 ‘외교·안보 대전환’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드러냈지만, 구체적 이행 로드맵과 정치의 실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도 지적됐다. 현장 전문가들은 “대내외 복합 위기 시대, 주도적 전략과 과감한 기술 투자, 다변화된 외교 자산이 한국 생존의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포럼에서 제기된 능동적 전략 전환 요구를 토대로, 한미동맹의 실질적 재정립과 AI기술안보 강화, 다자외교 실용화 등 후속 대책을 본격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