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닝 1실점 역투”…류현진, NC전 시즌 5승→포수 신뢰로 퀄리티스타트
마운드 위에선 어느 때보다 노련한 얼굴이었지만, 덕아웃으로 돌아온 류현진의 표정엔 오랜만의 설렘이 스쳤다. 한화 이글스의 베테랑 에이스는 신인 시절을 떠올리며 경기를 준비했다. 야구 인생의 또 다른 챕터를 써내려가는 순간, 류현진은 포수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신호 하나하나에 마음을 실었다.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는 5월 30일 창원NC파크에서 진행됐다. 이날 류현진은 한화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섬세한 제구와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의 빼어난 투구를 완성했다. 한화 이글스는 NC를 7-1로 꺾으며 완승을 기록했다.

시작부터 직구와 변화구의 조화로 NC 타선을 흔든 류현진은 무엇보다 포수 최재훈의 리드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내내 사인을 고집하지 않고 모든 투구를 포수에게 맡기며, 신뢰와 호흡에서 비롯된 안정감이 더욱 도드라졌다. 5회까지 차분히 실점을 최소화하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류현진은 이번 승리로 시즌 5승(2패)과 함께 세 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이전 두 경기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투구를 했다. 오늘만큼은 스무살 신인 때의 마음으로 임했다. 그때처럼 포수의 사인만을 따랐다”고 자신의 변화를 전했다. 이어 “최재훈이 뛰어난 리드를 해줘 오늘 결과가 만들어졌다”며 포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류현진은 또한 한화 외국인 투수진의 활약에 대한 소회도 언급했다. 코디 폰세가 12경기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94, 라이언 와이스가 12경기 7승 2패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하며 강력한 선발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폰세는 지난 17일 SSG전에서 한 경기 18탈삼진 신기록을 세우며, 기존에 류현진이 보유하던 기록을 넘어섰다. 류현진은 이에 “우리 팀 선수가 내 앞에서 기록을 깨서 정말 기뻤다. 요즘 환경에서는 쉽지 않은 기록이라 더 놀랍다. 폰세의 구위는 대단했다”고 극찬했다. 이어 “지금 MLB에선 조금 부족하다. 한화에서 7년 더 뛰다 가야 한다”며 농담 섞인 애정도 내비쳤다.
견고해진 마운드와 선발진의 시너지가 더해지며 한화 이글스는 후반기 경쟁에서 의미 있는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승리는 팀에게 중위권 경쟁 재도약의 밑거름이 됐다. 홈 구장으로 돌아가는 다음 정규리그 일정에서는 류현진과 한화 선발진의 힘이 다시 한번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하루의 노력이 공기의 무게와 얹힌 먼지처럼 관중석을 맴돈다. 경기가 끝난 뒤 남은 잔상에는 신뢰와 동료애, 야구 그 자체의 의미가 담겼다. 정교한 사인 하나에 인연과 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밤, KBO리그는 그 깊은 울림을 남긴다. 한화 이글스의 다음 경기는 홈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