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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7p 급락·2,700선 붕괴”…코스피, 관세 부활에 외국인 대규모 매도
경제

“22.97p 급락·2,700선 붕괴”…코스피, 관세 부활에 외국인 대규모 매도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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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마지막 거래일, 한국 증시는 근심의 그림자 속을 걸었다. 고요한 장 초입, 코스피는 2,713.24에서 출발했지만 이내 불안한 기류에 휩싸였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효력 정지 요청을 받아들여 새롭게 관세 부과가 일시 복원된 탓이었다. 이 결정은 미국과 중국 사이 외교적 열기가 다시금 냉각되는 장면을 연출했고,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시장을 뒤덮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일제히 매도 행렬에 나섰다. 외국인은 6,100억 원, 기관은 160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6,034억 원을 순매수하며 둥근 방패처럼 시장 하단을 떠받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2,700선 아래로 미끄러져 2,697.6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개월 만의 회복이었던 2,700선마저 내주는 순간이었다.

코스피, 美 관세 부활 여파에 0.84% 하락…2,700선 이탈
코스피, 美 관세 부활 여파에 0.84% 하락…2,700선 이탈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뚜렷했다. 3,136억 원 순매도는 심심치 않은 규모였고, 매도세가 현물과 선물을 가리지 않고 확산됐다. 이 와중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여전히 정체돼 있다고 밝혀, 투자심리는 한층 위축됐다. 최근 코스피의 가파른 3.16% 상승도 이익 실현 압력으로 작용하며 하락세를 재촉했다. 게다가 국내 산업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뒷걸음질한 '트리플 마이너스'의 그림자도 이날 시장 분위기에 어렴풋이 겹쳤다.

 

업종별 흐름도 희비가 엇갈렸다. SK하이닉스는 3.54% 떨어지며 20만 원대에 재진입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가 나란히 약세를 나타냈다. 전일 힘을 보였던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기업의 주가도 각각 2.98%, 4.08% 하락해 매서운 조정의 파고 앞에 섰다.

 

그러나 일정 구간의 햇살은 고요히 스며들었다. 삼성전자는 0.18% 오르며 상승 곡선을 그렸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KB금융, 신한지주 등 일부 주요 종목들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업종별로는 건설, 운송장비, 의료정밀이 하락세를 보였으나, 전기가스, 제약 등은 오히려 상승했다.

 

코스닥 역시 외국인 순매도 1,100억 원의 충격으로 5거래일 만에 조정을 맞았다. 지수는 734.35로 1.94포인트 내렸다. 엔터주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각각 6.62%, 2.29% 하락하며 시장의 민감한 움직임을 반영했다. 반면, 펩트론, 파마리서치, 에이비엘바이오 등 바이오 종목들은 소폭 상승했다.

 

환율도 출렁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2원 올라 1,380.1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1,380원을 넘어선 것은 8일 만의 일이었다. 불안정한 국제금융 환경이 환시 흐름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던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4조5,310억 원, 코스닥은 5조3,15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활로를 상징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세의 실제 집행·중지 여부가 6월 9일 이후에나 결정될 것"이라며, "미국 재무장관의 무역협상 정체 언급 역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한층 높였다"고 진단했다.

 

하루가 저무는 시점, 투자자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의 취향과 의지는 요동치는 경제의 바다 위에서 새로운 균형을 모색한다. 당분간 주요 무역 정책 일정과 정책 변수, 급등 이후의 가격 부담 같은 리스크에 세심한 눈길을 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시장이 숨고르기에 성공할지, 다시 한 번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지, 6월의 첫 주 시장은 다시 한 번 방향성의 시험대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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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미국관세#외국인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