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 초록 이끼, 깊은 숲”…강원도 계곡에서 여름나기가 새 풍경
강원도 계곡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무더위를 잊고 싶은 요즘, 시원한 물과 나무 그늘을 품은 자연 속 피서지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복잡한 도심을 피해 떠난 이들의 선택지가 이제는 계곡과 숲으로 달라지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평창 흥정계곡. 넓은 바위와 얕은 물살이 어우러져 아이들과 함께 여유롭게 머물 수 있다. 주변에는 흥정산 둘레길이 이어져 있어, 물놀이와 가벼운 산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 영월 이끼계곡은 신비로운 이끼와 맑은 물이 어우러져 도심에서 마주치기 힘든 고요함을 준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머릿속 열기가 가라앉는다는 후기들이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계곡 인근 캠핑장과 숙소의 예약률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올랐고, 가족 단위 여행객이 두드러지게 늘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목소리다. 철원 담터계곡 같은 유속이 완만한 곳은 어린아이와 부모 모두가 안심하고 물놀이를 할 수 있어,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여행지’로 SNS에서 추천이 많다.
전문가들은 여름휴가 풍경의 변화를 ‘마음 회복’이라고 부른다. 숲과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풀 냄새는 일상을 내려놓게 돕는다고 조언했다. “어린 시절 시골 개울에서 느꼈던 휴식이 어른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여행 심리 상담가의 말처럼, 최근 휴가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 감정 회복의 순간이 됐다.
실제로 계곡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시골집에 놀러온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한적한 풍경이 특별한 추억이 됐다”고 표현했다. “에어컨 바람 대신 자연의 바람에 의지하니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는 후기들도 이어진다.
이제 강원도의 계곡들은 더 이상 특별한 이들만의 숨은 명소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자연 속에서 나만의 속도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