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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유전자까지 편집”…삼성, 아버바이오 투자로 신약 연구 속도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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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유전자 편집이 결합한 혁신기술이 신약개발은 물론 바이오 산업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삼성은 생명과학 분야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미국 유전자 편집 스타트업 아버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출자했다. 업계는 이번 행보를 ‘차세대 정밀의료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2022년 조성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3사가 공동 출자한 벤처투자 펀드로, 삼성벤처투자가 운용한다. 2024년 6월 30일 삼성은 신사업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아버 바이오와의 협업 잠재력을 공식 언급했다.

아버 바이오는 DNA의 특정 위치를 절단·변형해 질병 원인 유전자 자체를 치환하는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 기술에 특화된 바이오 벤처다. 특히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최적 효소(엔도뉴클레아제) 조합을 설계·예측하고, 고속 실험 검증으로 대다수 인간 유전체에서 광범위한 편집이 가능해 기존 유전자 가위보다 정확성과 범용성을 높였다. 고전적인 CRISPR 방식과 비교해, 이 회사는 스크리닝 및 맞춤화 효소 발굴에 AI를 도입해 기술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 도입은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 방식(벡터주입, 한정된 타깃 항원)에 비해 질병·환자별 맞춤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밀의료의 새 표준으로 주목된다. 유전성 난치질환, 혈액질환, 선천성 질환 등에서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미국의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인텔리아, 그리고 최근 AI 기반 유전자 편집을 앞세운 신생 기업들의 도전이 빨라지고 있다.

 

창업자 펑 장(Feng Zhang) 박사 등으로 대표되는 아버 바이오의 CRISPR-Cas 시스템 확장 노하우는, 인간·동물 세포 내 적용 범위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 Enable팀 김윤철 상무는 “유전자 편집이 유전자 연관 질환 치료의 핵심이 될 것이며, 아버 바이오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정책·규제 측면에선 유전자 편집 치료 개시를 위한 임상시험 및 IND(임상시험계획) 신청 자료로 AI 기반 후보물질 정보가 어느 수준까지 활용될 수 있는지가 당장의 관건으로 남아 있다. 글로벌 주요국은 안전성 확보와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유전체 융합 기술은 맞춤형 신약개발 혁신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실제 시장 진입과 임상 적용 범위가 어느 시점 확대될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전략 투자를 계기로 삼성 등 국내 기업의 정밀의료 진입이 본격화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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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아버바이오#cris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