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갯바위 손끝의 위태로움”…거북손 어민·산양삼 모자, 가을의 인내→진짜 보물은 어디에
찬바람이 바다를 스치면, 통영 우도 앞바위에 선 어민들의 하루는 파도의 격랑을 품은 새벽과 함께 시작됐다. 이들은 벼랑 끝 바위틈에 몸을 매달고 거북손을 캐며 숨죽인 채 그날의 생존을 꾀했다. 깊은 산길을 오가는 강원도의 모자(母子)는 맨손으로 산양삼을 찾으며 수십 년의 세월과 인내를 뿌리에 실었다. ‘극한직업’은 극도의 고단함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사람들의 삶과, 땅과 바다에 맺힌 가을의 진정한 보물을 그려냈다.
바다가 선물한 거북손은 절벽에 꼭 붙어, 오직 숙련된 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불렸다. 어민들은 찬 기운이 도는 가을마다 불어오는 바람을 마주했다. 망치를 두드릴 때마다 물살과 싸우고, 날카로운 바위에 스친 상처도 감내해야 했다. 거친 자연과의 싸움 끝에 한데 모은 20킬로그램, 30킬로그램의 거북손은 바닷바람의 짠내와 빈틈없는 꿈이 뒤섞인 결실이었다. 쪼개고 모으는 반복된 동작 속에 어민들은 결코 쉽지 않은 하루를, 그러나 희망을 놓지 않는 마음으로 지탱했다.

산속의 모자 역시 매일 새로운 사투를 이어갔다. 강원도 홍천의 6만 5천 평 넓은 산자락, 그 어디 숨어있을지 모르는 산양삼의 흔적은 베테랑의 촉과 경험에 의지한 채 찾아다녀야 했다. 멧돼지의 위협도, 갑작스러운 비와 변덕스런 날씨도 헤치고 오로지 땀과 인내로 한 뿌리의 산양삼을 흙속에서 꺼냈다. 귀한 20년근 산양삼은 값으로도, 시간으로도, 그 무게를 다 설명할 수 없는 보물이 됐다.
지리산 거창에서는 현우 씨가 15년을 보내며 산양삼을 길렀다. 해발 700미터 고산지대, 혹독한 환경 아래서 씨앗 열 개 중 살아남는 것은 한 개 남짓이었다. 무더운 여름에도, 번번이 쏟아지는 비와 농약조차 쓸 수 없는 고집스러운 방식 속에 잡초를 베고 파종을 도왔다. 종종 땅벌의 위협을 감수하면서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오롯이 생명의 힘을 믿었다. 살아있는 것들의 위태로움과 강인함,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건 자연을 향한 경외와 사랑이었다.
늦여름, 짧은 햇살이 바닷물결에 반짝이고, 깊은 산음지는 생명의 기운을 품었다. 바위틈을 붙든 거북손과 땅속에 숨은 산양삼 한 뿌리에는, 사람과 자연이 거듭 태어난 시간의 흔적이 아로새겨졌다. 반복된 노동과 고요한 인내, 결코 쉽지 않은 탐구의 과정 속에서 시청자는 삶의 깊은 울림을 느꼈다.
‘극한직업’은 이처럼 바다와 산을 무대로 평범한 사람들이 흘린 땀과 도전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이 모든 여정과 진짜 보물의 의미는 9월 27일 토요일 밤 9시, EBS1에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