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스피 7조 순매도”…환율 1,461.5원 급등에 원화 일주일 새 2% 하락
최근 한 주간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7조 원을 넘게 순매도하며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60원대까지 급등했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중 하락폭이 가장 커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야간 거래 종가는 전주 대비 28.5원 오른 1,461.5원에 마감됐다. 이는 4월 9일 이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새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95% 하락해,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 상승폭(0.15%)을 크게 웃돌았다.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통화가 강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스위스 프랑, 크로나, 캐나다달러, 호주달러, 대만달러 등도 원화보다 하락폭이 적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원화 약세의 직접 원인으로 꼽힌다. 3일부터 7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2,638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10월 한 달 순매수액(7조4,465억 원)에 육박하고, 직전 달 순매수 규모(5조3,447억 원)보다 많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코스피가 고점에 이르자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실현이 이뤄지면서 원화 하락폭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 역시 “미국 및 관세 리스크와 고평가 우려로 차익실현이 시장예상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가 금융계정을 통해 환율 하락(원화 강세) 압력을 제약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올해 1∼9월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액은 998억5,000만 달러로 외국인 국내증권 투자액(296억5,000만 달러)의 약 3.4배에 달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도, 그 달러 대부분이 해외투자로 유출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도 거시적으로 우리나라 순대외자산 비율이 경제규모 대비 높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정부·기업의 대미 현금투자 확대 또한 환율 상향 요인에 포함됐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의 국내 공동화, 외화자산의 해외 운용 수익 등 장기 구조가 원화 약세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환율 상단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FOMC가 통화정책 경계감을 재확인하거나 미·중 통상 리스크가 커질 경우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반도체 수출 증가와 연준의 완화 전망이 맞물릴 때는 환율이 1,400원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석진 하나은행 외환딜러는 연말 환율을 1,420~1,470원 범위로 점쳤다. “달러 유동성, 수출 개선 등으로 추가 약세는 제한되겠지만,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1,400원대 환율이 지속될 여건”이라는 해석이다.
향후 정책 방향은 원화 환율 추이와 주식시장 외국인 매매 동향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