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백 실험 아쉬움”…김판곤, 울산 클럽월드컵 첫판→선다운스에 0-1 패
차가운 초여름 밤 공기는 경기장 위로 짙은 긴장감을 드리웠다. 마멜로디 선다운스와 울산 HD, 양 팀이 마주 선 플로리다 올랜도의 스타디움엔 킥오프 지연마저 기묘한 긴 박동처럼 번져갔다. 첫 경기에서 쓴 쓸쓸한 패배에도, 울산 선수들의 눈빛은 오히려 더 단단하게 빛났다.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이 18일 미국 현지에서 열렸다. 울산 H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멜로디 선다운스와 승부를 펼쳤다. 경기 시작이 예정보다 한 시간 넘게 미뤄진 가운데, 김판곤 감독은 스리백 카드를 깜짝 꺼내 들었다.

평소의 포백과는 달리, 밀로시 트로야크를 중심으로 한 세 명의 센터백, 그리고 양쪽 윙백에 엄원상과 루빅손을 배치했다. 수비를 우선에 둔 실험적 전환이었지만, 전반 초반엔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전반 4분 엄원상이 측면 뒷공간을 예리하게 침투했고, 에릭의 날카로운 슈팅으로 이어졌으나 공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마멜로디 선다운스는 예기치 못했던 킥오프 지연 속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다. 미겔 카르도주 감독은 경기 뒤 "지연 덕분에 전술 플랜을 조정할 시간을 벌었다"며 변화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진 전반 36분, 이크람 레이너스가 중앙을 돌파해 결승골을 터뜨렸다. 비디오 판독에 따른 무효 처리 득점이 두 번이나 있었음에도, 울산 수비의 틈을 집요하게 노린 선다운스의 전술이 빛났다.
중원의 힘겨운 분투도 이어졌다. 고승범은 넓은 범위를 누비며 저항했으나, 미드필더진 전체가 압박에 뒤처지며 매끄럽지 못했다. 울산은 후반 라인을 끌어올리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패스 실수와 체력 저하로 역동성은 점차 흐려졌다.
김판곤 감독은 "준비했던 전술은 어느 정도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으나, 스리백 대비가 마멜로디의 유연한 대응에 밀렸다는 인상을 남겼다. 엄원상도 "감독이 원했던 장면은 나왔지만 준비한 성과가 아쉽다"며 솔직한 패배의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날 패배로 울산은 F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제 남은 길은 더욱 험난하다. 브라질 명문 플루미넨시와의 다음 경기가 닷새 뒤로 다가온 상황. 상대는 도르트문트를 상대로도 거센 압박을 견지했던 강호다. 울산은 젊은 패기의 에너지, 그리고 허술했던 측면과 중원의 조직력을 새롭게 다져야 할 시점에 섰다.
무더운 밤을 뜨겁게 적셨던 울산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변화와 성과 사이에서 고민하는 선수들의 시간, 그 고요한 숨결은 다시 경기장 잔디로 번져갈 것이다. 울산 HD는 현지시간 22일, 플루미넨시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