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서 68명 숨지고 74명 실종”…예멘 앞바다 이주민 선박 전복, 인명 피해 확산
현지시각 3일, 예멘(Yemen) 앞바다 아덴만에서 아프리카 이주민을 태운 선박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8명이 숨지고 74명이 실종돼, 해상에서의 이주민 참사가 재차 국제사회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유엔이주기구(IOM) 집계에 따르면 당시 선박에는 154명의 이주민이 탑승하고 있었고, 극적으로 구조된 사람은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예멘 남부 아비안주 해역에서 밀수업자들이 과적한 선박이 전복되면서 벌어졌다. IOM 예멘 대표 압두사토르 예소예프는 “칸파르 지역 해안에서 주검 54구가 발견됐고, 추가 14구의 시신이 병원 영안실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예멘 아비얀 보안국 역시 산발적으로 수색 및 구조 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해안가마다 희생자 유해가 발견되면서 인명·구조 피해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이주민 해상 참사는 최근 예멘 인근 해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예멘·지부티 해역에서 4척의 선박이 침몰하면서 2명이 숨졌고, 186명이 실종되는 등 구조 불능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예멘에 도착한 이주민만 6만 명에 달해 이동 규모는 줄었지만, 분쟁과 빈곤, 정치적 탄압에서 탈출한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위험한 항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이주민은 대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등지 출신으로,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예멘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로 향하길 희망한다. 그러나 국제적 지원이 미흡한 상황에서 밀수업자들은 이주민들의 절박함을 악용해, 안전 규정을 무시한 채 과적이나 부실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IOM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이주민 보호 체계를 시급히 강화해야 하며, 밀수업자의 불법 행각을 보다 엄격히 단속할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도 “아덴만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이주 경로”라면서, 분쟁지역 이주민들의 인권 실태 개선과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예멘 등 경유국의 정치 불안과 국제규범 미비, 밀수조직의 만연이 해상 참사의 주된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난민 및 이주민에 대한 국제적 지원 확대와 더불어, 밀수조직 척결과 장기적 개발 협력이 병행돼야 이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연이은 해상 이주 참사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 마련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