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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티오닌 제한 효과”…한림대, 비대성 흉터 치료 새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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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티오닌 제한 효과”…한림대, 비대성 흉터 치료 새 열쇠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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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티오닌 제한 기술이 화상 후유증인 비대성 흉터 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서정훈·주소영·조윤수 교수 연구진은, 특정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을 제한할 때 흉터의 형성과 직결되는 섬유아세포의 증식 및 염증, 섬유화 반응이 동시에 크게 억제된다는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업계는 이번 연구를 비대성 흉터 전용 치료제 개발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화상으로 인한 비대성 흉터를 치료받은 환자 4명의 조직에서 섬유아세포를 분리, 메티오닌을 완전히 제거한 환경과 일반 조건에서 각각 배양 후 비교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군에서는 5일 만에 섬유아세포 증식률이 대조군 대비 약 65% 감소했다. 생존 관련 단백질인 BCL2의 발현은 확연히 줄었고, 반대로 세포 사멸 관련 단백질인 BAD, BID, BAX의 증가가 관찰돼 흉터 유발 세포의 자연 소멸이 촉진됐다.  

해당 메커니즘은 메티오닌(필수아미노산) 유입이 차단될 때 세포 내 성장 신호 및 염증반응 유발인자, 섬유화(콜라겐 과다생성) 관련 신호전달 경로가 동시에 차단되는 구조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의 수술, 압박 외 보존적인 치료에만 의존해왔던 비대성 흉터 치료의 한계를 극복했다. 메티오닌 제한이 흉터의 크기·밀도를 줄이고, 장기간 이어지는 통증·가려움·피부 당김 등 삶의 질 저하도 경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대성 흉터 영역에서는 기존에 효과적인 약물 치료법이 부재했다. 섬유아세포의 과도한 증식과 염증 반응, 성장인자의 비정상적 활성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병태생리 과정에서 단 하나의 대사 경로(메티오닌 제한)를 겨냥해 질환의 근원을 조절할 실마리를 제시했다.

 

글로벌적으로 메티오닌 제한은 암·노화 연구 분야에서 투여나 효소 치료, 식이 요법 등으로 임상 확장이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피부 섬유화 질환, 특히 흉터 치료에 해당 대사조절 전략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외 관련 분야에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미국·유럽에서는 맞춤형 대사 치료, 미량 영양소 표적 전략 등 신개념 섬유화 억제 연구가 초기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국내 규제 환경에서도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메티오닌 제한 치료의 시장 진입을 위한 임상 가이드라인 및 식약처의 허가 심사 기준 마련,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체계 도입 등 후속 정책 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서정훈 한림대 교수는 “영양소 조절 전략이 기존 약물 한계를 넘는 새로운 흉터 치료 메커니즘으로 쓰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경구용 메티오닌 분해효소 등 신약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메티오닌 제한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임상 및 제도화 간 균형이 새로운 바이오 치료제 패러다임을 좌우할 전망이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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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메티오닌#비대성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