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장관 사저서 막판 담판”…한미 통상 협상, 대미 투자·농산물 카드 ‘주목’
정치적 담판의 현장에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사저가 부각되며 한미 통상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자동차·철강 등 관세 부과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체류를 연장, 러트닉 장관 사저에서의 막판 협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한미 양국 교착 국면에 새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산업장관과 통상본부장이 미국 현지에 추가로 머물며 러트닉 상무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와의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트닉 장관(과의 추가 협의)의 경우, 뉴욕 개인 사저에 가서 미팅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협상단이 워싱턴 DC에서 러트닉 장관과 공식 면담을 마친 뒤에도 귀국 일정을 미루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관세 인하를 위한 전략적 카드 마련이 시급하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협상 일정이 당초 25일 종료 예정이었지만, 미측 일정으로 한미 고위급 '2+2 통상협의'가 취소된 상황에서 추가 접촉이 이뤄진 데 대해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한 절차적 만남을 넘어 협상의 진정성을 시사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러트닉 장관 사저 초청은 지난 일본과 미국 간의 통상 협상 사례에서도 중요한 순간에 등장했었다. 일본 협상단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최종 담판을 앞두고 러트닉 장관의 자택에서 막판 조율 및 리허설을 거쳐,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현재 협상에서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집중된다. 김정관 장관 측은 "추가 대안을 설명하고 미국 입장을 듣는 방식으로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농산물 등 핵심 개방 품목도 논의테이블에 올릴 방침"을 시사했다.
한미 양측은 농축산물 시장 일부 추가 개방,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구글 지도 등 비관세 장벽 완화, 조선·반도체 등 전략 제조업 협력 강화를 연계해 논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대미 투자도 쟁점이다. 일본은 이미 5천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과 알래스카 LNG 사업 등 다양한 '패키지'를 통해 협상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한국은 '1천억달러+α' 수준의 대미투자안을 준비하며 관세 및 개별 품목 우대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알래스카 LNG 사업, 원유·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도 논의 중이다.
관세 문제의 절박함이 고조되는 가운데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비관세 장벽 해소에 무리가 없는 분야는 과감하게 개방하되, 대미 투자 역시 기업 경영 전략과 연동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만일 일본과 같은 투자 이행 성과를 약속하지 못한다면 협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협상장 분위기가 전환점을 맞으면서, 향후 한미 양국의 협상 전략과 결과가 한미 경제 협력의 중장기 지형을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과 산업계는 관세율 인하, 디지털경제 협력, 대미투자 확대 등 주요 이슈를 둘러싸고 여론의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막바지 담판에 나선 한국 협상단의 추가 성과에 따라 국내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