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해킹 여파에 영업익 37% 급감”…SK텔레콤, 신뢰 회복 총력전
유심(USIM) 해킹 사태가 이동통신 산업 전반에 신뢰 충격을 주며, SK텔레콤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텔레콤은 유심 교체, 대리점 손실 보상 등 대규모 대응 비용을 반영한 결과, 2024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07% 감소했다고 6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89%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76.23% 하락해 충격이 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통신 기업 사이의 ‘고객 신뢰 경쟁’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실적 급감의 주요 원인은 유심 해킹 사고에 따른 이동통신 고객 87만명이 이탈한 데 있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2분기 기준 3100만6000명으로 1분기보다 87만명 줄었고, 월평균 해지율도 1.6%로 급등했다. 유선 부문에서도 초고속 인터넷과 IPTV 가입자 감소 등 여파가 확산됐다. 보상·보완 등 고객 보호를 위한 단기적 비용은 올해 약 8000억원 수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2024년 매출전망을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023년(1조8000억원)에 미달할 것을 예고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가동, 장기적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양섭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번 사이버 침해 사고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 사업은 오히려 성장세를 나타냈다. SK텔레콤 AI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고, AI 전용 데이터센터 매출도 13.3% 늘어 1087억원을 기록했다. 기업간거래(B2B) AI 솔루션 매출은 468억원으로 15.3% 성장했다. AI 에이전트 서비스인 ‘에이닷’은 누적 가입자 1000만명, 에이닷 노트·브리핑 베타도 80만명을 모으며 플랫폼 성장 동력을 과시했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구로 데이터센터까지 가동을 시작하면 총 300MW 이상의 센터 용량을 확보하게 된다.
산업계에서는 AI·데이터센터 등 미래 성장동력만이 실적 하락을 일부 완화했으나, 단기실적보다 고객 신뢰와 보안 역량 강화가 우선 과제라는 데 공감이 모이고 있다. 이번 사고가 만든 신뢰 위기와 보안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통신 업계 전체의 구조 변화를 앞당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