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전용 독감백신 경쟁…” GC·SK, 국내 고면역원성 개발 본격화
고령 인구의 면역 저하를 겨냥한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기술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2023년 처음으로 고령자 전용 독감 백신을 출시한 데 이어,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시장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고령자 백신 경쟁 강화가 백신 산업 고부가가치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GC녹십자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고면역원성 3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 중이며, 내년 상반기 임상 2상 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백신은 기존 유정란 배양·분할 방식에 기반해 제조되며, 항원 단백질의 핵심인 헤마글루티닌(HA) 함량을 4배로 증량해 고령자의 면역노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겨냥한다. 헤마글루티닌은 독감 바이러스가 인체세포에 침투할 때 관여하는 단백질로, 백신의 예방효과를 결정짓는 핵심 실질적 요소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에 스위스 백신연구기관(VFI)과 개발한 면역증강제를 적용한 신규 후보물질 ‘NBP607B’의 임상 1·2상 절차를 개시했다. 면역증강제는 면역세포 활성도를 올려 항체 생성 효과를 높이는 기술로, 기존 백신 대비 노인의 예방효과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당 임상시험은 올해 북반구 독감 유행기에 국내외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며, 시판 중인 고면역원성 대조약과 비교해 약 320명을 대상으로 보호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면역체계 노화로 독감 등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지고, 심근경색, 당뇨 등 기저질환 동반 시 독감 관련 합병 위험도 급증한다. 하지만 고령층에서 표준 독감백신 접종 후 항체 역가(면역반응 정도)는 낮고, 지속기간도 짧아 예방효과가 제한적이다. 이런 한계로 미국·캐나다·유럽 등 주요국에선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고령자 접종 1순위로 권고 중이며, 국내도 대한감염학회 등 학회 주도로 2023년 이후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다.
현재 국내 접종 가능한 고면역원성 독감백신은 사노피의 고용량 백신 ‘에플루엘다테트라’(항원 함량 4배), CSL시퀴러스코리아의 면역증강제 함유 백신 ‘플루아드 쿼드’ 등 2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의 고령자 전용 신제품 개발은 백신 자립도 제고, 미충족 의료수요 해소, 글로벌 시장진출 동시 타진 효과가 기대된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이미 화이자, GSK 등 선두업체가 프리미엄 백신 시장 진입에 나서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업계가 기술 특화 및 임상 데이터 확보를 앞세워 차별화에 성공할지에 따라 향후 수출 경쟁력도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국내 허가를 위해 식약처의 임상자료 심사 및 품목심사가 강화되고 있어 규제대응 역량도 중요해졌다. 실제로 고면역원성 백신은 생산·시험 방법, 면역원성·안전성 평가 기준 등이 기존 백신과 달라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업그레이드가 병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맞춤 백신 기술이 실제 임상에서 질병 부담 감소 효과를 입증하면, 국내 백신산업이 글로벌 기술 자립과 시장 확장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질적으로 시장에 안착할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