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PK 막아냈다”…알힐랄, 레알마드리드전 1-1 무승부→조별리그 H조 혼전
환호와 긴장, 숨죽인 시선이 하드록 스타디움을 물들였다. 레알마드리드의 새로운 사령탑 사비 알론소의 첫 공식 경기, 그리고 아시아 정상의 알힐랄이 만들어낸 무대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후반 막판, 관중들의 심장이 멎는 순간, 알힐랄 골키퍼 야신 부누가 몸을 던져 승부차기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팀을 구해냈다. 단 한 골씩 나눠 갖는 치열한 승부 끝에, 두 팀 모두 소중한 승점 1을 얻으며 조별리그 H조의 안갯속 흐름을 열어갔다.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H조 1차전은 19일 미국 마이애미 가든스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치러졌다. 스페인 라리가와 유럽축구를 호령해 온 레알마드리드,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최강 알힐랄이 조별리그 첫 경기를 맞았다. 두 팀 모두 새로운 시즌에 걸맞는 조직력과 선수 명단을 보여주고자 신중한 경기운영을 펼쳤다.

초반 경기는 레알마드리드의 기동력이 돋보였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페데리코 발베르데, 호드리구 등 젊은 공격진이 공간을 파고들며 알힐랄 수비진을 끊임없이 흔들었다. 아시아 최정상 알힐랄도 주앙 칸셀루와 후벵 네베스, 알렉산더아널드 등을 중심으로 단단한 수비와 날카로운 중원 플레이로 맞섰다. 양팀 모두 경기 시작부터 중원 소유권을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전반 34분, 레알마드리드는 호드리구의 돌파와 크로스를 받은 곤살로 가르시아가 침착한 마무리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흐름은 곧 바뀌었다. 레알마드리드 수비수 라울 아센시오가 마르쿠스 레오나르두를 페널티 지역에서 파울로 넘어뜨리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후벵 네베스가 침착하게 킥을 성공시키며 알힐랄이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은 두 팀 모두 한 골씩 주고받으며 종료됐다.
후반전에도 양 팀은 역습과 점유율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레알마드리드는 라인 간격을 좁히며 추가 득점 기회를 노렸고, 알힐랄은 세밀한 패스와 조직적인 수비로 맞섰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후반 42분에 찾아왔다. 알힐랄의 모하메드 알카타니가 프란 가르시아를 팔로 가격한 장면이 VAR 판독 끝에 페널티킥으로 번졌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레알마드리드의 발베르데가 슈팅을 시도했으나, 알힐랄의 야신 부누 골키퍼가 정확히 방향을 읽고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이 장면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함성과 한숨을 동시에 자아냈다.
경기 종료 후 사비 알론소 감독은 “아쉬움이 남지만, 조별리그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팀워크를 더 다듬겠다”고 전했다. 알힐랄 지휘봉을 잡은 시모네 인차기 감독은 “강팀을 상대로 값진 승점을 얻었다. 모든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현장에는 알힐랄 골키퍼 부누가 동료들과 어깨를 맞대며 승부의 여운을 즐겼고,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로 양 팀의 투지를 응원했다.
한편, H조의 또 다른 경기에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파추카(멕시코)를 2-1로 꺾으며 단독 선두(승점 3)로 올라섰다. 레알마드리드와 알힐랄은 나란히 승점 1을 기록하며 조 2위에 머물렀고, 조별리그 2차전에서 8강 진출권을 향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레알마드리드는 다음 경기에서 잘츠부르크, 알힐랄은 파추카와 각각 맞붙게 될 예정이다.
경기장을 떠나는 발걸음마다 생생한 여운이 묻어나는 밤이었다. 하드록 스타디움 잔디 위에 깃든 땀과 환호, 선수들의 굳은 표정은 긴 여정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다. 조별리그의 숨가쁜 흐름 속에서, 팬들과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축구의 매혹에 빠져들었다. 2025 FIFA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경기는 각 팀의 미래를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