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승 드라마”…임시현, 안산 제압→양궁 월드컵 3차 첫 정상
쉴 틈 없는 집중력과 강인한 표정이 돋보였다. 결승전 내내 흔들림 없는 시위를 당길 때, 관중석에서는 짧은 탄성이 연신 터져 나왔다. 임시현의 화살이 시위를 떠날 때마다 또 한 번, 한국 양궁의 위상이 증명됐다.
파리 올림픽 3관왕 출신 임시현이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8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2025 현대 양궁 월드컵 3차 리커브 여자 개인전 결승 무대에서 임시현은 2020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을 6-0으로 완파했다. 각각 28점, 29점, 31점을 기록한 임시현의 연속된 집중력은 경기장을 압도했다.

이번 우승으로 임시현은 올해 첫 국제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수상했다. 상하이 2차 월드컵의 아쉬움을 씻어낸 값진 승리였다. 결승에서 세 세트 모두 28점 이상을 기록하며 흔들림 없이 경기를 주도했다. 안산 역시 27~29점의 꾸준한 점수를 만들어냈으나, 마지막 미세한 집중력에서 차이가 났다.
임시현의 기세는 이어진 혼성전으로도 연결됐다. 김우진과 힘을 합친 혼성 단체전에서 독일을 6-2로 꺾으며 2관왕에 등극했다. 이미 여자 단체전에서 임시현, 안산, 강채영 조가 동메달을 따낸 바 있어, 대표팀은 종합적인 경기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남자 대표팀 또한 이날 단체전 결승에서 독일과의 접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슛오프 끝 승리의 주인공은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이었고, 남자 개인전에서는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리커브 대표팀은 월드컵 3차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추가해 다시 한 번 세계 최강임을 증명했다.
올림픽 공식 종목이 될 컴파운드 부문에서도 새로운 서사가 쓰이고 있다. 한승연, 심수인, 소채원으로 꾸려진 여자 대표팀은 멕시코를 241-233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으며, 한승연은 개인전 은메달을 추가했다. 남자 단체팀 역시 과테말라를 누르고 동메달을 따냈다.
경기 후 임시현은 “한국 양궁의 자부심이 오늘 경기에도 녹아났다. 끝까지 집중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세대 교체와 꾸준한 강세 모두 이어지는 지금, 대표팀의 저력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다음 월드컵과 올림픽을 향한 준비 안에서 한국 양궁은 또 어떤 이야기를 써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날카로운 시위와 조용한 환호 속에서, 한국 양궁 대표팀의 전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