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도구된 과거와 단절”…안규백, 국민의 군대·국방개혁 천명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상처와 책임론이 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5일 취임식에서 문민통제 원칙과 함께 국민 신뢰 회복을 강하게 천명하며, 군의 과거 ‘계엄 도구’ 역할과의 결별을 공식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안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 취임사에서 “오늘을 기점으로 국방부와 군은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하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에만 전념하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문민통제의 원칙에 따를 것이며, 지난 상처를 딛고 제복의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60년대 이후 64년 만의 문민 국방부 장관이 된 안규백 장관은 “오늘날 우리 군은 대내외적으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도전에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절벽과 북한 핵·미사일의 고도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첨단 군사력 발전 등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위기가 국운을 건 총력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복합적 위기에 대응할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과거를 되짚었다.
이날 안 장관은 “상처받은 우리 군의 자부심을 되찾고, 대내외 위기에 더욱 치밀하게 대응할 국방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간인이자 정치인 출신 국방부 장관으로서 관행과 관성에 얽매이지 않고 국방의 미래를 그려나가겠다”고도 밝혔다.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안 장관은 “강력한 한미연합방위체제와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바탕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 강군을 육성하겠다”며, “한미동맹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미일 안보협력 심화, 글로벌 유대 강화를 통한 국방협력의 지평 확대”도 말했다.
한반도 평화정책과 군의 역할에 대해서도 안 장관은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면서 “강력한 국방력으로 억지력을 확보하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대화의 문은 활짝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사회의 관심이 큰 군 개혁, 방산 생태계, 첨단방위역량 구축 방안도 언급됐다. 안 장관은 “속도보다 방향에 중점을 둔 내실 있는 국방 개혁과 인공지능 기반 첨단 방위역량 확보, 정신전력 강화, 민과 군이 상생하는 방산 생태계 조성에도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규백 장관의 취임 일성에 대해 ‘군의 정치 중립성 회복’ 시도이자,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려는 체질 개선 신호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러나 일각에선 ‘문민 개혁’의 실효성과 계엄 논란 재발 방지 대책의 실질성에 대한 청사진 요구도 제기된다.
취임식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각오를 다진 안 장관이 내걸고 있는 ‘국민의 군대’ 청사진이 어떻게 정책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방부는 향후 한미동맹 강화, 군 개혁 실행 방안 마련 등 후속 조치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