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단절 끝내야”…정동영, 새 정부에 일관된 대북정책 강조
남북관계 회복을 둘러싼 충돌 지점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새 정부의 책임을 재차 강조했다. 정 장관은 케냐 나이로비국립대에서 열린 세계코리아포럼에서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 간 민간 접촉까지 중단된 현 상황을 비판하며 "관계 단절을 끝내는 것이 새 정부의 책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6일(현지시간) 줌영상 연설에서 "지난 6년간 남북관계는 민간 접촉마저 '제로'가 될 정도로 단절됐다"며 "이 같은 완전한 관계 단절을 하루 속히 끝내는 것이 새 정부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으로 윤석열 정부에서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중단, 3년의 '잃어버린 시간'을 지목하며 정책 일관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정 장관은 남북의 진정한 공동체 인식 회복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 나이지리아 교수의 질문에 "북한이 두 국가를 주장해도 1천3백년을 함께 산 우리를 이민족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원효 대사의 '불이(不二) 사상'처럼 남북도 분리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북한의 대외 정책 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면서 북한의 현 정책 역시 변화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또한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의 문제 제기에 대해 "남한의 대미 투자 규모 등 경제력 자체가 북한에 위협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북한이 최근 반동사상문화 배격법, 청년 교양 보호 조치, 평양 언어 보존 등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체제 유지를 위한 것으로, 남한 정권이 진보·보수 불문하고 통일을 노린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안보불안 해소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북한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점이 한반도 문제의 본질"이라며 북핵 위기가 '정책 실패'임을 지적했다. 1993년 북핵 위기 발생 후 5g 차이였던 핵물질이 현재는 10만 배로 늘어난 현실을 들며 "우선 북핵 개발을 중단시켰어야 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정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 대화 수요가 여전히 있다"고 판단하면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 개선 약속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대원칙에서 논의가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남북 대화 신호에도 주목했다. "4년 전 북한 지도자가 '강한 것에는 강하게, 선한 것에는 선하게' 대한다는 원칙을 밝혔다"며, 남한 정부가 먼저 확성기 철거 등 '선한 조치'를 한 이후 북한도 소음 확성기 중단, 대남방송 차단 등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대북정책 기조가 정권마다 급변한 탓에 신뢰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한반도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 협력도 요청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정 장관의 발언을 두고 최근 교착 상태에 놓인 남북관계 복원의 신호로 평가하는 한편, 여당과 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향후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