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생물학 책임혁신 논의”…한국, OECD 이어 규범 주도권 강화
합성생물학이 미래 의약품, 식량, 에너지 등 바이오 산업 전반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5일부터 이틀간 인천에서 개최한 ‘한국·OECD 합성생물학 워크숍’은 이 기술의 글로벌 규범 수립을 위한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정부의 법제화 경험과 정책 논의가 향후 국가별 합성생물학 경쟁력 확보를 좌우하는 직접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는 OECD 바이오나노융합기술 작업반(BNCT) 사무국, 영국·스웨덴·호주 등 주요국 정부와 협력 기관, 국내 산학연 총 8개국 800여명이 참가했다. 첫날에는 각국의 책임 있는 혁신 정책과 선제적 거버넌스 구축 방안을 공유했고, 둘째날에는 권고문 초안 도출을 위한 심층 협의가 이어진다. 논의 의제는 생물안전과 안보, 사회적 참여, 그리고 국가별 협력 방안에 집중됐다.

합성생물학은 DNA와 세포를 설계·제작해 기존 생명체의 기능을 확장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생물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로, 치료제 개발부터 신소재, 친환경 에너지 생산까지 첨단 산업의 범위를 넓힌다. 반면 생물안전 사고, 유전정보 오남용, 생물 무기화 등 안전성·윤리·보안 측면에서 과거 바이오기술보다 훨씬 폭넓은 국제적 논의와 거버넌스 체계가 요구된다. 기존 바이오 연구가 주로 단일 국가 내 자율 규제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합성생물학은 특히 기술 설계와 적용 범위가 광범위해 표준화된 글로벌 규범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 영국, 중국 등이 이미 합성생물학 경쟁을 가속하는 가운데, OECD는 올해와 내년 합성생물학 책임혁신 권고문 마련을 작업계획 최고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EU 역시 생물안전 규제, 공공투자 기준 등에서 자국 내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도입 중이다.
한국은 2024년 4월 세계 최초로 합성생물학 육성법을 제정해 연구개발 촉진,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확충, 국제협력과 동시에 엄격한 안전관리 체계를 공식화했다. 이는 OECD, 영국, 미국 등 주요국 정부의 규범 마련 논의에 직접 참고사례로 제시되며,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제도 경쟁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워크숍에서 한국의 법적·정책적 리딩이 공식 논의에 반영됨에 따라 업계는 “국내 규제가 국제 표준에 맞춰 선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아직 글로벌 표준화 작업은 권고문 초안 합의 단계에 있으며,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권고안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될 때 기술혁신-안전성-윤리성 간 충돌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최대 관건이라 진단한다. 한편 해외에서는 민간 혁신 주도 속에 정부 규제가 뒤따르는 하향식 모델이 일반적인 반면, 한국은 법·제도 기반의 선제적 환경 조성으로 가이드라인 형성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합성생물학 워크숍과 규범 논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장 및 연구개발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기술혁신 속도와 더불어 제도·윤리가 조화롭게 구축되는 산업구조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