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안보 불안감에 한일 밀착”…이재명-이시바, 미래지향 협력 강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등장에 대한 불안감이 외교안보 지형의 변화를 촉발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공식화하며 양국이 밀착 흐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공동발표문 수위와 역사문제, 양국 내부 변수 등 복잡한 과제가 남아 한일 관계의 진정한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2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일간지는 전날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1면에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미래 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공동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 의지를 천명했다.

발표문에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축적돼 온 한일 관계의 기반에 입각해 공동 협력을 추진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양국 관계에 관한 포괄적 문서 발표는 2008년 이래 17년 만의 일로, 양측이 역사 문제에 견해차를 보이면서도 협력 성과를 조기에 국민에게 명확히 제시해 관계 안정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아울러 일본 측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의의와 ‘역대 내각 입장 계승’을 발표문에 명확히 명기했다. 일본은 한국 정권 변화에 따라 대일 정책이 흔들릴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이번 공동문서에 ‘관계 기반’과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강조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방위비 협상 경험과 관세 부담 등을 의식해 일본과의 관계 안정화에 의미를 부여한 배경도 있다고 전했다.
양국이 각자의 민감 사안을 대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점도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역사적 현안에 대한 기존 ‘청구권협정’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21세기 새로운 파트너십(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 공식 계승 방침을 밝히는 등, 외교 수사의 정확한 조율에 공을 들였다. 요미우리는 “드물게 문서에 ‘역대 내각 역사 인식 계승’이 나온 것은 한국에 대한 배려”라고 평가했다. 반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언급이 빠진 점에 대해선 “중국을 의식한 한국의 신중함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정상회담 이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양국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하며 과학적 근거에 바탕한 조율을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올가을 개최될 예정인 사도광산 추도식 등 남은 역사문제에서 일본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행동을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언론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대신 일본을 먼저 방문한 데 주목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친일 행보가 이시바 정권 내 일본 유화 기조와 맞물려 신뢰가 쌓이고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 내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역사 갈등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주요 일본 일간지들은 또한 북한-러시아 군사협력,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 복합 안보위기와 트럼프 행정부의 한일 무역 압박을 양국 협력 강화의 배경으로 꼽았다. 요미우리는 “이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축으로 한미일 협력에 중점을 두면서 미국과 일본의 우려 해소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도 “트럼프발 불안감이 한일 양국을 더욱 전략적으로 결속시킨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재명-이시바 회담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질서와 동북아 파워게임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문제, 정치적 정권 변수 등 본질적 뇌관은 그대로 남아 있다. 양국 정부는 기존 외교라인의 고위급 소통을 지속하고, 차기 관방장관·총리 후보군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정치권은 한일 정상의 ‘미래지향 협력’ 행보가 실제 신뢰 회복과 역사 현안 해소로 연결될지, 아니면 외부 변수에 따라 다시 긴장 상태로 되돌아갈지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