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밝혀진 무죄”…윤동일, 이춘재 사건 누명 벗다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세상을 떠난 故윤동일 씨가 3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랜 시간 경찰의 강압수사와 불법구금, 허위 자백 등으로 인권침해를 겪었던 고인의 사건은 우리 사회 수사기관의 한계를 다시금 드러내고 있다.
30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5부(부장판사 정윤섭)는 고(故) 윤동일 씨의 강제추행치상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 증거는 피고인의 자백 및 법정 진술이 전부라 할 수 있는데, 그 자백이 불법구금과 강압수사에 의한 것이었다고 볼 근거가 있으며,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사건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거나 그대로 믿기 어렵다.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고인이 되신 피고인의 명예 회복과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씨는 1990년 11월 15일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불법연행 및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DNA 검사 결과 범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비슷한 시기의 또 다른 강제추행 사건으로 기소돼 1991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상소에도 불구하고 관련 판결은 1992년 확정됐다. 윤씨는 출소 이후에도 경찰의 지속적 감시를 받으며, 10개월 만에 암으로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사법기관의 자백 중심 수사, 강압적 조사 관행이 부른 희생”이라고 평가한다. 과거 유사한 사례 역시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해당 과거 수사 방식 전반에 대한 재점검 및 후속 조치를 검토 중이다. 법조계 역시 국가 차원의 사과와 피해자 지원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유족과 시민사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늦은 정의이지만,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온라인상에서도 ‘진실 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무죄 판결은 단순한 개인의 명예 회복을 넘어, 한국 사회 수사 구조와 사법제도의 현실을 되짚게 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경찰과 사법기관의 책임 소재와 함께 인권 보호 장치 강화 과제도 이어질 전망이다.
